비밀3: 대격돌/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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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3: 대격돌
Erick1212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9월 28일 (목) 18:4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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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와 부산에서 있었던 끔찍한 일 모두 겨우겨우 빠져나오긴 했지만, 계속 그들에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납치범들을 직접 소탕하고, 그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 “꼭 납치범들을 모두 잡을 거야!

이 큰 꿈을 가진 후, 나의 진로는 자연스럽게 경찰로 정해졌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운동이란 운동은 가리지 않고 하기 시작했다. 성적도 쭉쭉 오르기 시작해 동네에서 나름 명문으로 꼽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경찰이 되고자 준비하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납치범들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 되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19번 국도의 범죄조직이 검거되었지만 17번 국도 연선에서는 아직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하루하루가 급했다. 경찰이고 뭐고, 저들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마침 19번 국도의 납치범들이 검거됐기 때문에 나를 감시할 인원도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납치범 소탕 준비에 들어갔다.

사격 연습을 하거나 납치범들의 행동 패턴을 조사하는 등 그들을 잡기 위해 여러 준비를 했고, 특히 운동과 헬스 등 몸을 키우는 데에 전념했다. 내 진로는 자연스럽게 체대 진학으로 정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그때 야구를 좀만 더 했어도 프로 2군 팀에서 뛸 실력은 됐을 거라 말하기도 한다.

입시에 정신없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운전면허를 따거나 각종 호신용 도구를 구입하는 등 그들에 대한 복수 준비를 놓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도 내 행동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기에 많이 도움이 됐다.

그렇게 나의 미래와 그들에 대한 복수를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에게 드디어 기회가 주어졌다.

|0.2=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얼마 후, 아버지께서 청주로 발령이 나시면서 그곳으로 이사를 갈 상황이 되었다.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발령이 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었지만, 고3 중간에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어서 입시를 앞둔 나와 우리 가족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한 마디.

잠깐, 청주가 어디더라?

청주는 여수 납치를 같이 겪었던 진호가 있고, 현재 납치범들의 본거지인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이다. 내가 청주로 온 것을 알게 된다면 납치범들이 날 다시 납치해 죽여버리려고 할 것이 뻔하다.

내가 긴 시간 동안 준비해 오던 복수 계획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 “그래, 지금이야!”

SNS로 수소문한 끝에 진호와 연락이 닿았다. 진호는 야구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진호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고, 여러 얘기가 오간 끝에 진호도 나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정든 부산을 떠나 청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진호의 옆집 이웃이 되었다. 진호와 나는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그들의 습격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0.3=~ 2021년 7월 XX일 밤 10시 30분경, 청주시 모처, 너와 유진호의 하굣길 ~

진호  : “아무리 고3이라고 해도 방학식 날인데 새벽까지 강제 야자는 너무하지 않냐?”
 : “그냥 학교는 싹 다 문 닫고참고로 이 세계관에는 코로나19가 없다. 현실에서는 이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어 수도권 학교들이 전부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편집자 집에서 놀고 싶... 으아아악!”

후욱

철퍼덕

방학식 날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나와 진호를 기절시켰고, 어딘가로 끌고 갔다.

이제 납치범들과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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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이 들자마자 주머니 속을 뒤졌다. 곧바로 핸드폰이 손에 잡혔다. 다행히도 납치범들이 아직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말은 곧 납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이 주머니를 뒤지지 않은 것을 알아챈 후 바로 교복 속주머니에 들어있던 호신용 도구들을 찾았다. 이윽고 주머니 속에서 조금 묵직한 레이저가 나왔다. 사람에게 쏘면 최소 2도 화상이고 강철도 녹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때 진호가 깼다. 기절했던 후유증 때문인지 머리를 문지르며 비몽사몽해 하고 있었다.

진호  : “으으... 우리 납치된 거지?”
 : “그래도 빨리 깼네. 납치된 거 맞아. ...왜 그래?”
진호  : “거기잖아! 으으아아아...”

진호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더니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납치에 대한 트라우마가 살아난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진호를 진정시키며 주변을 살펴봤고, 진호가 겁에 질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여수.”
진호  : “흐그그극... 살려 줘, 제발... 으으으...”
 : “유진호, 진호야! 정신 차려! 죽고 싶은 거야?”

국도 제17호선
17

각목과 작은 환풍구, 굳게 닫힌 철문과 17번 국도 문양까지. 영락없이 여수 때와 꼭 닮아 있었다. 사실 조명도 그곳보다 더 어두워졌고, 자꾸 기분 나쁜 쇳소리가 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보다도 더 무서운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까딱했으면 나도 진호처럼 겁에 질려 있었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자 진호의 불안감이 조금 잦아들었다. 그때까지 나는 진호를 옆에서 묵묵히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 “유진호. 이젠 좀 괜찮아?”
진호  : “...아직 무섭긴 하지만, 아까보다는 정신이 좀 드네.”
 : “고생했다.”

이제 진짜 납치범들을 처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진호는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며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그럼 슬슬 공격을 해 볼까?”
진호  : “그러자. 근데, 저거 CCTV 맞지...?”

진호의 말대로 방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우리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 “사방에 깔렸네. 납치범들이 찾아오기 전에 빨리 해치우고 떠나자.”
진호  : “알겠어. 근데 이제 뭘 할 건데?”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1.1=이렇게 된 거, 지체할 것 없이 레이저로 문을 뚫어버리기로 결심했다. 나는 레이저를 꺼내 문을 겨냥하고 선글라스를 꼈다.

 : “자, 레이저 간다! 뒤돌고 있던가, 아님 눈 감고 있어.”
진호  : “저 구석으로 가 있을게.”

피융- 지지지지지지지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문이 얇았던 덕분에 레이저는 생각보다 쉽게 문을 뚫어냈다. 그동안 잠금을 풀기 위해 낑낑거리던 철문을 이렇게 쉽게 부실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래도 일단, 아까 말했듯이 곳곳의 CCTV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햐 빨리 납치범들을 처치해야 한다.

저벅저벅...

우리는 문 밖으로 나와 빠르게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어두캄캄한 복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자그마한 표지판과 함께 갈림길이 나왔다.

무기고 방면 》》》


진호  : “갈림길이야.”
 : “왼쪽은 납치범 본부 쪽인 것 같고, 오른쪽으로 가면 무기고가 있다고 써져 있네.”

자, 두갈래길이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1.2=밖으로 나가는 힌트가 주어질까 싶어 벽에 그려진 17번 국도 문양을 눌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진호가 나를 막아섰다.

진호  : “으으... 뭔가 불길한데?”
 : “이거라도 해 봐야지.”
진호  : “그럼, 문양을 누르자마자 각목 들고 일단 뒤로 물러나자.”
 : “...알겠어. 간다!”

꾸우우욱-

국도 제17호선
17

국도 문양을 누른 뒤, 진호의 말대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각목으로 몸을 막고 벽 끝으로 물러섰다. 그런데...

쨍그랑- 콰지지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국도 문양은 낚시였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이 일어났다. 빨리 물러나지 않았다면 심각한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우리는 폭발의 잔해를 피하며 다시 문 앞으로 왔다.

진호  : “내 말이 맞지? 이젠 함정 조심해가면서 다니자. 왠지 함정이 많을 것 같아.”
 : “그나저나, 이제 폭발 소리가 나서 납치범들이 우리를 잡으러 올 텐데... 시간이 없어.”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 뭘 해야 하지?

|1.3=우리는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빨리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진호  : “그러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지금 우리가 갇힌 방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납치범들을 피해 빠르게 탈출하는 데에 어떤 물품이 필요할지 생각해보자. 먼저 무엇을 살펴보는 게 좋을까?

|1.4=진호  : “우리는 지금 딱히 쓸 만한 무기가 없어. 무기고에서 총이라도 챙겨가자.”
 : “그래, 가자.”

우리는 방향을 틀어 무기고로 향했다. 다행히 별다른 잠금 장치나 경비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무기고의 불을 켰다.

 : “와, 여기 총이 왜 이렇게 많ㅇ...”

왜애앵- 왜애앵-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진호  : “걸린 거 같은데?”
 : “하필 지금...!”

아뿔싸, 무기고의 불을 켜자마자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납치범들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총을 챙겨가야 한다. 처음부터 아주 위험하다!

 : “유진호, 뭐 해? 빨리 총 챙겨!”
진호  : “잘못 했다가는 우리만 불리해져. 일단, 탄창은 내가 챙길 테니까 너는 총을 가져와!”
 : “오케이.”

...라곤 말은 했지만,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몸이 굳어버렸다. 아무 총이라도 빨리 챙겨야 할 것 같다. 어떤 총을 챙겨가야 납치범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1.5=나는 바닥에 놓여있던 산탄총 두 점을 챙겼다. 곧바로 진호가 주황색 탄창 몇 개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아무래도 마취총 탄창인 듯 했다.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개조하는 거야...?

진호  : “산탄총을 챙겨왔네?”
 : “말 할 시간도 없어. 빨리 가자!”

저 쪽이야! 빨리 잡아서 보내자고!

납치범들이 단체로 무기고를 향해 몰려오고 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 “자, 나가자!”
진호  : “달려-!”

우리는 무기고 밖으로 뛰쳐나가, 우리를 잡으러 온 납치범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 “이얏, 맞아라!”
진호  : “한 사람당 한 발씩만 쏴도 기절할 거야...!”

으얽! 흐아악! 어어윽...

산탄총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 번 쏠 때 여러 개의 총알이 발사되는 산탄총의 특성상 총은 좁은 공간에서 큰 효과를 줄 수 있었고, 우리의 조준 능력이 그렇게 좋지 못했음에도 납치범들은 픽픽 쓰러졌다.

진호  : “일단 이 정도면 다 맞춘 것 같은데?”
 : “그럼 총은 내려놓자.”

물론 우리가 쏜 건 어디까지나 마취총이었다. 조금만 지체해도 납치범들이 다시 깨어날 수 있기에 곧바로 다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좋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6=경찰에 신고한 지 3분 정도가 지나자, 경찰 몇 명이 납치범 본부로 뛰쳐들어왔다. 경찰들은 우리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납치범들의 손에 들린 칼과 총을 보고는 곧바로 그들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17번 국도의 납치범들과 엮인 것이 맞다며, 청부살인 업체와 엮인 조직폭력배들이 우리를 납치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조사를 계속하던 경칠들은 납치범들이 깨어나려고 하자 황급히 경찰차에 태워 연행해 갔다. 속이 다 시원하다.

진호  : “이렇게 신고식을 마쳤으니...”
 : “다른 자식들도 전부 끝장을 봐야지!”

|2=경찰들이 나가면서 문을 열어놓은 덕분에 쉽게 납치 장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문 밖으로 나가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진호  :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납치된 곳 바로 앞이 우리 집이었어!”
 : “대담한 건지, 무모한 건지... 어이가 없네.”

일단 집 앞으로 왔는데, 뭘 할까?

우리 앞에는 시동이 켜진 검은색 마티즈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2.1=진호를 떠나보내고 집으로 왔다. 극심한 피로 때문인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하필 방학 첫 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삐삑- 삑삑-

철컥, 띠로리리-

부모님께서 거실에 계셨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부모님께서는 걱정하시면서도 다치지 않는 한 내 마음대로 하고 그 결과도 스스로 책임지라고 하셨다.

오늘 온 도시가스 검침원이 좀 수상해 보였는데, 혹시 납치범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1시간 정도의 대화 이후, 지금 나는 막 씻은 후 거실에 나와 있다. 조금 출출하긴 한데, 뭘 할까?

|2.2=내 방에 들어왔다. 나는 납치범들의 아지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트북을 열고 네이버에 접속했다. 검색창에 뭘 쳐야 할까?

|2.21=위키백과를 30분 간 둘러봤으나 딱히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 “이래서 위뷁은 쓰는 게 아니라니까...”

|2.3='17번 국도'를 쳐 봤다. 여러 글들이 보이지만 지금 내 눈에 띄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뭘 볼까?

|2.4=17번 국도 납치범들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다. 굉장히 중요한 정보인 듯 하다.


17번 국도 조직 일당, 이젠 청주까지… 연선 지역 공포로

[팩트뉴스=삐–삐– 기자] 청주경찰서는 온갖 범죄 행위로 경찰의 속을 썩히던 17번 국도 연선의 범죄 조직들이 최근 세력을 확장하려는 조짐이 보여 경계를 요한다고 어제(1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4년 전남 여수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순천, 구례, 곡성, 남원 등 17번 국도 연선에서 납치, 도로 무단 점거, 협박, 총기 사용 등의 범법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몇 해 전 19번 국도 연선의 조직과 연계해 서울-대구-대전-부산을 장악하려는 노력이 실패하자 청주와 금산 인근으로 은신한 상태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직에서 진천, 안성 지역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면 수도권 핵심 지역까지도 장악할 수 있다"며 "이들 조직이 청주 이북으로 더 북상하지 않도록 검문검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들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전라남도에 위치한 여러 지부의 납치범들을 검거해 뿌리를 뽑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17번 국도 납치범들에 대한 복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 나는 일단 진호와 연락해 납치범들의 아지트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계획을 짠 후 한숨 잤더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나는 부모님과 짧게 대화를 나누고 집 밖으로 나왔다. 몸도 개운해졌겠다, 이제 진호를 만나러 가 보자!

|3=새벽에 약속한 대로 집 앞 놀이터에서 진호와 만났다. 먼저 와 있던 진호는 핸드폰을 열심히 만지다가 날 발견하더니 핸드폰을 내밀었다.

진호  : “납치범 아지트 장소 기억 나지? 몇 시간 전까지 찾고 있었는데.”
 : “우리가 어디를 제일 먼저 가기로 했지?”
진호  : “금산 아지트. 주소 불러 줘?”
 : “아, 진산면 쪽에 있다고 했지... 여기 메모장에다가 써 놨네.”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호  : “여기 더 있어봤자야. 일단 금산 아지트부터 처치한 다음에 하나씩 처리하자고.”

|3.1=진호가 아리송한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진호  : “무슨 말이야?”
 : “함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진호  : “갑자기 웬 함정? 뭐, 가능성이 없진 않은데...”

 : “이왕 가는 거 만전의 준비는 해 놔야지. 납치범들이 소꿉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진호  :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나는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회녹색 보도블록 하나를 집어들었다. 흙을 털자 보도블럭 특유의 까칠한 표면이 드러났다.

 : “이 벽돌을 챙겨가자. 어떤 함정들은 돌의 무게로 인해 발동되는 게 있더라고.”
진호  : “예예, 그럼 이제 빨리 좀 갑시다.”

우리는 놀이터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 “라디오를 한 번 틀어볼까?”
진호  : “시간 늦었어. 가는 동안 다른 아지트 주소도 찾아봐야 되는데, 한가하게 라디오는 무슨...”

|3.2=나는 진호의 말을 쿨하게 무시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진호는 폭발했다.

진호  : “야, 너. 너 계속 이러면 난 그냥 빠질게. 옆에 있는 사람도 무시하는 사람이 무슨 납치범을 잡겠다고 그래?”
 : “아니, 난 그런 게 아니고...”
진호  : “됐어. 갑자기 나타나서 이상하다 했...”

진호와 내가 한참을 싸우고 있을 때, 라디오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예, 최근 범죄행위를 벌이던 17번 국도 납치범 조직 일부가 체포되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금산 일대의 납치범들이 붙잡히면서 범죄조직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금산경찰서, 잠시 후에 연결해서...

 : “들었지? 내 말도 좀 믿어.”
진호  : “...어제 일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나 봐. 그냥 넘어가 줘.”

휴, 살았다...

진호  : “대신, 조건이 있어.”
 : “그게 뭐야...?”
진호  : “첫째, 앞으로 어디를 갈 때는 내 말에 전적으로 따를 것. 그리고 둘째, 돈을 얻었을 때 그 관리는 내가 할 거야. 이거 잘 안 지켜지면 난 바로 빠질 거니까, 각오해...”

진호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역시 야구선수 출신은 카리스마도 차원이 다른 건가...

진호  : “아무튼 금산 아지트가 잡혔다고 했으니까, 다른 아지트를 찾아야겠지.”
 : “그럼 바로 전라도로?”
진호  : “아니, 청주 아지트로 갈 거야.”

전에 이야기할 때는 듣도보도 못한 곳이다. 청주에도 아지트가 있었어?

진호  : “내가 카톡으로 주소 보냈어. 확인해 봐.”

나는 단 한 마디의 반문도 하지 않고 빠르게 지도 앱으로 직접 건물 모양을 찾아보았다.

 : “어디 허름한 창고인 것 같은데.”
진호  : “여기 더 있어봤자야. 일단 빨리 가서 확인부터 해 보자!”

...그래, 잔말 말고 가는 게 좋을 듯 하다.

|3.3=차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리자 청주 외곽 한적한 곳에 있는 한 창고에 도착했다. 좋아, 여기가 납치범들의 아지트가 맞는다면 첫 격전지가 되겠다.

 : “마취총은 챙겼지?”
진호  : “당연하지. ...근데, 저게 네가 말한 함정이라고 하는 거냐?”

아지트 앞에는 누가 봐도 수상한 노란 낙엽 뭉치가 보였다. 지금은 여름이라 낙엽을 써 봤자 걸릴 텐데, 도대체 왜 저렇게 허술하게 만든 거야?

나는 지체할 틈 없이 낙엽더미에 돌을 던져넣었다.

슈우우우...

쿵, 끼이이- 풍덩!

돌은 낙엽 사이로 떨어져 들어갔다. 함정이 맞았다.

진호  : “뭐야, 저건...”
 : “내 말이 맞지? 그냥 지나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니깐.”

함정 쪽을 들여다보니 돌은 연기를 내며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고농도의 산성 용액이 함정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악랄한 것들...

진호  : “그럼 이제 슬슬 갈까?”

|3.4=아지트 안은 넓었지만 동시에 굉장히 어두웠다. 통로가 없는 큰 창고처럼 생겼는데, 안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납치범들의 고함 소리가 듣렸다. 아무래도 총기나 무기를 제조하는 곳인 것 같았다. 우리는 들키지 않도록 아지트 구석에 놓인 기계 옆에 숨어 조심스럽게 납치범들을 살펴봤다.

야! 개머리판 제대로 넣으랬지!

개머리판으로! 맞아야! 정신! 차리냐!

 : “무섭네... 일단 아지트는 맞는 것 같아.”
진호  : “이제 뭘 어쩌지?”

납치범들이 입구 쪽으로 나온다면 매우 잘 보이는 위치에 우리가 숨어 있었기 때문에, 빨리 뭐라도 해야 했지만 딱히 마땅한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진호  : “어쩌지, 금방 들키겠어.”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뚜벅... 뚜벅...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납치범 한 명이 입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진호  : “납치범이 입구 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
 : “큰일이네. 여기 근처에 쓸만 한 무기도 없는데...”

그때 내 눈에 벽면에 있는 레버 상자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비상 상황을 대비해 두꺼비집 비슷한 것을 만든 것 같았다.

 : “우선 여기 있는 이 레버라도 당겨 보자.”
진호  : “근데, 레버가 두 개잖아...!”

나와 진호 앞에는 두 개의 레버가 있고 어떠한 표지판도 없다. 뭘 내려야 시간을 벌 수 있을까...?

|3.5=  : “에라, 모르겠다. 파란 레버 내려!”

쾅, 철컹-!

피슝- 이이이잉...

파란 레버를 내리자 갑자기 창고 내의 모든 전등이 꺼지고 시설이 정지되었다. 아무래도 전원 차단 레버를 내린 모양이다.

진호  : “이 때야, 레이저 난사해!”
 : “장전, 장전...!”

피슝- 지이이잉...

납치범들  : “너네 뭐ㅇ... 으아앍!”

납치범들은 함정만 믿고 있었는지 전혀 무방비 상태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레이저 한 방으로 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진호  : “여기 인원들을 다 작살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지?”
 : “그래, 바로 남원으로 가자!”

|3.6=어제 우리를 납치했던 납치범들처럼, 이번에도 납치범들은 우리의 신고로 온 경찰에 별달리 저항하지 못하고 바로 체포됐다. 우리는 일단 다음 납치범을 잡으러 남원으로 출발했다.

진호  : “일단 근처 나들목으로 가자.”
 : “그래. 근데 문제는, 내가 지금 남원 가는 방향이 어딘지 전혀 모른다는 거야.”
진호  : “뭐라고?!”
 : “감에 맡기는 거지, 뭐.”

일단 근처에 있는 남청주IC로 가도록 하자.

|4=

북N
고속도로 제1호선
1
서울

Seoul
청주분기점

Cheongju Jct.
↖︎
↗︎
남S
고속도로 제1호선
1
대전

Daejeon
신탄진

Sintanjin

진호  : “설마, 남원이 어느 방향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
 :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진호  : “불안한데, 이거...”

...보자보자 하니 자꾸 성질을 긁네, 유진호.

|4.01=잠깐, 남원이 여기보다 북쪽에 있었나?

진호  : “어휴, 내 이럴 줄 알았다...”
 : “왜, 이쪽 아니야?”
진호  : “반대쪽이야, 임마!”
 : “...알았어, 알았다고.”

체면 구겼다.

|4.1=무사히 고속도로에 들어왔다. 진호의 잔소리를 피하게 되어 참 다행이다.

 
31
회덕분기점
↑︎
남S
고속도로 제1호선
1
대구 Daegu
고속도로 제30호선
30
고속도로 제251호선
251
당진·세종 Dangjin·Sejong
전주 Jeonju
↗︎

빵빵-

주말이라서 그런가, 고속도로를 20여 분 달리자 차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힌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진호  : “토요일인데다가, 지금 대전IC 근처에서 사고가 나서 많이 막힐 것 같아.”
 : “이 길 말고 다른 길이 있어?”
진호  : “글쎄...”

|4.2=(삐익-) 호남고속도로지선에 진입했습니다.

우측으로 빠져서 호남고속도로지선으로 들어왔다. 여긴 북대전IC다.

7
북대전  ExwayExitArrow.svg 
대덕특구

Daedeok innopolis
정부대전청사

Govt Complex Daejeon
↗︎

 : “일단 빠졌어. 호남고속도로지선이라는데?”
진호  :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계속 찾아보고 있을게.”

|4.21=

31
유성분기점
↑︎
전주 Jeonju
유성 Yuseong
서(W)
고속도로 제30호선
30
당진 Dangjin
남세종 S.Sejong
↗︎

이곳은 유성분기점이다. 공주, 세종, 예산, 당진 쪽으로 가는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측 구간으로 빠질 수 있다.

 : “계속 직진해?”
진호  : “어, 어. 일단 계속 직진해.”

|4.22=

2
논산  ExwayExitArrow.svg 
↑︎
고속도로 제251호선
251
전주

Jeonju
논산분기점

Nonsan JCT
지방도 제68호선
68
논산 Nonsan
연무 Yeonmu
↗︎

몇몇 나들목들을 지나치고 논산IC로 왔다. 지금 우리는 호남고속도로지선에 있다.

진호  : “몇 년 후면 오겠네.”
 : “뜬금없이 웬 군대 생각이야? 납치범들 어떻게 잡을지나 신경쓰고 있어.”
진호  : “그래. 군대는 갈 때 되면 생각하지, 뭐.”

|4.23=

1
논산분기점
↑︎
고속도로 제251호선
251
전주 Jeonju
익산 Iksan
북(N)
고속도로 제25호선
25
천안 Cheonan
공주 Gongju
↗︎

어느덧 많이 내려왔다. 이곳은 논산분기점이다.

 : “직진이야, 우측이야?”
진호  : “직진. 이제부터 내가 특별히 알려주지 않으면 직진이야.”

|4.24=(삐익-) 호남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 “내비가 참 친절하네...”

 
27
익산분기점
고속도로 제25호선
25
전주 Jeonju
  LaneArrow.svg    LaneArrow.svg    LaneArrow.svg  
고속도로 제20호선
20
고속도로 제27호선
27
장수

Jangsu
순천

Suncheon
↗︎

30여 분 정도를 달려 어느덧 전라북도까지 왔다. 여긴 익산분기점이다.

 : “진짜 간만에 이쪽 동네로 왔네...”
진호  : “근데, 우리가 남원시로 가는 게 맞지?”
 : “당연하지!”
진호  : “어... 그래?! 잠깐만, 틀어!”
 : “뭐라고?!”

어떻게 해야 하지...?

|4.25=일단 진호의 말을 따라 급히 우측 방향으로 꺾었다. 여기는 어디지?

(삐익-) 익산포항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 “어휴, 사고 날 뻔 했네.”
진호  : “미안. 그래도 어쨌든 오기는 했으니깐...”

...아무튼 지금은 완주IC다. 드디어 표지판에 공포의 17번 국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가까워진 것 같다.

2
완주  ExwayExitArrow.svg 
국도 제17호선
17
완주 Wanju
전주 Jeonju
↗︎

|4.26=

2-1
완주분기점
고속도로 제20호선
20
장수 Jangsu
  LaneArrow.svg    LaneArrow.svg  
고속도로 제27호선
27
순천

Suncheon
남원

Namwon
↗︎

 : “표지판에 남원이라고 쓰여 있네?”
진호  : “그럼 바로 꺾어!”

완주분기점까지 왔으니, 이제 한 30분 정도만 더 달리면 남원이 나올 듯하다.

|4.27=(삐익-) 순천완주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 “아오, 시끄러워...”
진호  : “여기서 남원까지는 쭉 직진만 하면 돼. 나갈 때 알려줄게.”
 : “...아까처럼 하지 말고 똑바로 해라?”

 

|4.28=

낚시그림.jpg
이 게임에는 소량의 낚시가 들어 있습니다.
슬기를 발휘하여 낚이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낚시질.jpg

차는 벌써 1시간 반 정도를 달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쉬지도 않고 움직이다 보니 배가 출출했다. 진호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진호  :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됐네.”
 : “그러게. 어제 점심 급식 먹고 난 후에는 아무 것도 못 먹었어. 배고프다...”

대충 동전주IC를 지나가던 즈음 진호가 입을 열었다. 평소에 먹는 걸 거의 안 밝히는 녀석인데, 직접 밥을 먹자고 얘기하는 건 배가 정말 많이 고픈 거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휴게소가 나왔다.

잠시 후, 관촌휴게소입니다. 다음 휴게소는, 20km 앞, 경로의 마지막, 오수휴게소입니다.

 : “좀 고민되네. 어느 휴게소로 가는 게 더 나으려나?”
진호  : “지도를 보니까, 관촌휴게소보다 오수휴게소가 17번 국도에서 좀 더 떨어져 있더라?”
 : “그래? 그치만 빨리 점심을 먹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관촌휴게소 500m 앞입니다.

자, 이제 결정할 시간이다.

|4.3=  : “오케이, 관촌휴게소로 가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점심을 해치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관촌휴게소로 들어왔다. 산골짜기 사이라 그런지, 고지대에 있어서 경사로를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휴게소 주차장에는 온통 검은색의 마티즈와 밴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휴게소에는 편의점 건물과 많은 컨테이너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진호  : “여기 왜 이렇게 텅 비어있어?”
 : “편의점밖에 없는데? 그럼 일단 오수휴게소로...”

그렇게 우리가 차를 돌리려 하던 그때.

부릉... 끼익-

 : “잠깐, 우리 뒤에 뭐가 있어.”
진호  : “...검은색 마티즈?”

주차장에 있던 마티즈가 나와 우리의 뒤에 섰다. 17번 국도, 마티즈, 그리고 우리의 존재... 우리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크게 잘못됐음을 느꼈다.

진호  : “밟아!

끼이이이이...

|4.31=나는 어떻게든 휴게소에서 나가기 위해 풀악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아앙-

내 차는 빠르게 오수휴게소를 빠져나갔고, 적어도 40여 대 정도는 돼 보이는 납치범들의 차가 우리 뒤를 쫓았다. 조금만 잘못된다면 바로 납치범들에게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 그나마 고속도로가 텅 비어 있는 게 다행이었다.

 : “제대로 똥 밟았네. 에라이...”
진호  : “납치범들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야!”
 : “일단 다음 휴게소가 나올 때까지 어떻게든 저 차들을 해치워야 돼. 지금부터 진짜 세게 달릴 테니까, 손잡이 꽉 잡고 있어!”

진호가 내게 반문하기도 전에, 나는 아까보다 더욱 세게 악셀을 밟았다. 엔진의 고주파음이 슬슬 귀를 찌르기 시작한다.

진호  : “잠깐ㅁ...”

부아아아... (굉음)

하지만 백미러에는 여전히 납치범들의 차가 뒤따라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더 빨리 달려야 했다.

진호  : “야, 운전 좀 살살 ㅎ...”
 : “2차선으로 간다!”

끼이이이이이이익-

진호  : “으아아아아!”

나는 빠르게 핸들을 꺾었다. 차는 크게 요동쳤지만 납치범들의 차는 뒷쪽으로 밀려났다.

 : “오케이, 일단 따돌리기 성공.”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쫓아오는 납치범들의 차를 따돌리려고 시도했다. 그 때마다 진호는 계속 비명을 질렀다.

빠앙- 끼이이익... 부아앙-

진호  : “...야 이 삐–미친 새끼야!”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나서야 납치범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나는 납치범들이 백미러 안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차의 속도를 줄였다.

잠깐 시선을 돌리니, 진호는 조수석에서 완전히 혼절해 있었다. 아마 방금 전까지 제발 살려달라면서 안전벨트를 잡고 고함을 질렀던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납치범보다 내 운전이 더 무섭게 느껴졌을 수도...

나는 경찰에 납치범들이 내 차를 쫓아오고 있다고 신고했다.

|4.32=  : “예. 예, 맞습니다. 저도 지금 과속을 좀 해서... 아, 네. 감사합니다. ...네, 지금 오수2터널이라고 막 표지판 지나갔어요.”

내가 한창 경찰에 신고를 계속하고 있을 때, 진호가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진호  : “으으... 아아!”

신고자분, 괜찮으신가요?

 : “아, 조수석에 있는 친구가 좀 당황한 것 같아요.”
진호  : “...야, 이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미쳤어?!”
 : “좀 조용히 해 봐! 신고하고 있는데...”

예, 일단 지금 경찰 출동 중이니까 걱정 마시고요. 조금 있으면 오수휴게소가 나오는데, 거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 “네, 감사합니다.”
진호  : “너 진짜 난폭운전 좀 하지 마! 사고 났으면 우리 둘 다 즉사였ㅇ...”

피슝- 탕!

끼이이이-

방심하던 순간, 우리 차는 급작스런 공격을 받으면서 가드레일을 뚫고 고속도로 바깥으로 추락했다.

|4.4=몇 개의 IC를 지나치며 10여 분 정도를 달리자 오수휴게소가 나왔다. 여기만 지나가면 바로 남원이다.

진호  : “일단 기름도 많이 없고, 화장실도 가야할 것 같은데?”
 : “오케이, 가는 김에 밥도 먹자!”

|4.41=주유소로 가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진호  : “야, 점심도 안 먹고 그냥 갈 거야?”
 : “아, 그렇지...”

|4.42=화장실에서 간단히 볼일을 마치고 식당으로 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 “그럼 이제 뭘 먹을까?”
진호  : “코렁탕 같은 거 먹지 말고 좀 제대로 된 메뉴를 먹자.”

|4.44=별 탈 없이 점심을 때웠다. 진호 그 녀석은 배고팠는지 공기밥 두 그릇을 더 시키면서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진호  : “아, 잘 먹었다.”
 : “시간이 없어. 빨리 주유하러 가자.”

|4.45=자동차가 주유소로 들어섰다. 얼마어치를 넣을까?

|4.451=좀 부족한 것 같으니 더 넣는 것이 좋겠다.

|4.46=기름을 적당히 잘 채운 것 같다. 이제 다시 남원 아지트로 출발!

 : “할 거 다 했지?”
진호  : “그래, 그럼 이제 아지트로 가 볼까!”

|4.47=

7
북남원  ExwayExitArrow.svg 
시도 제11호선
11
북남원 N.Namwon
대산 Daesan
↗︎

청주에서 출발하고 2시간 정도 달린 끝에 드디어 북남원IC에 도착했다.

진호  : “여기서 나가면 돼.”
 : “빨리 남원 납치범들을 잡으러 가자고!”

|5=북남원IC에서 나와 10분 정도를 더 달려 남원 아지트 자리에 도착했다. 담벼락이 조금 낡은 것을 빼고는 아주 평범한 창고처럼 생겼다.

 : “전혀 아지트처럼 안 보이는데? 그냥 창고 아냐?”
진호  : “나도 몰라. 주소만 보고 온 거니까...”
 : “일단 들어가자.”

|5.01=아지트 앞에는 큰 물웅덩이가 있었다. 며칠 전에 남원을 중심으로 폭우가 왔었다는데, 그 흔적 같았다.

아지트는 꽤 좁은 것 같다. 비닐하우스와 그 옆에 있는 평범한 1층짜리 창고가 전부다.

 : “묘하게 인기척이 없어...”
진호  : “그러게. 아무튼 우리한테는 잘 된 거 아냐?”

아무튼 나와 진호가 입구 옆 담벼락에서 잠깐 대기하고 있던 중.

나 잠깐 물 마시러 갈테니까, 네가 여기 잘 지키고 있어.

갔다 와.

 : “바로 옆에 있는 거 같은데...?”
진호  : “그러니깐 말이야. 조심하자.”

바스락

앗, 망했다. 나뭇가지를 밟아버렸다...!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났는데?

잘못 들었겠지.

그런가... 잠깐 기다려보자고.

다행히 납치범들이 아직 알아채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진호  : “준비됐지? 하나, 둘...”

|5.02=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진호를 막았다.

 : “잠깐 기다려. 납치범들이 예민해진 상태라 지금 가면 죽을 수도 있어.”
진호  :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 “음...”
진호  : “아! 네가 시선을 끌면 내가 몰래 처리하는 건 어때?”

양동작전이라...

|5.03=  : “그건 너무 위험해. 다른 작전을 생각해 보자.”

잠시 시간이 흘렀다.

진호  : “...그러면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함정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
 : “어떻게 하려고?”
진호  : “아까 오는 길에 물웅덩이 있었지?”
 : “응. 그걸 어떻게 하려고?”
진호  : “내가 휴대폰으로 소리를 내서 적들을 물웅덩이 쪽으로 오게 할게. 그러면 네가 거기다가 전선을 연결해서 전류를 흘려보내. 저쪽에 발전기도 있어.”

이제 좀 할만 한 작전이 나왔네. 그럼 실행을 해 볼까...?

|5.1=나는 진호의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발전기에서 전선을 끌어왔다. 피복이 벗겨진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물웅덩이에 담가놓을 수 있었다.

진호가 준비됐다는 수신호를 보냈고, 이윽고 내가 유튜브를 튼 핸드폰을 물웅덩이 근처로 던지며 작전이 시작되었다.

(기상나팔 재생)

...납치범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뭔가 불쾌한 것 기분 탓일까?

누구야? 빨리 나와!

납치범이 물웅덩이에 발을 담그자마자 진호는 나에게 수신호를 주었고, 나는 바로 발전기를 틀었다. 효과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치지지지즈즈즈즈즈...'

끄아아악!

납치범들은 다행히 기절만 했을 뿐 살아있는 듯하다. 빨리 신고하고 다음 장소로 가자.

|5.11=신고를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경찰들이 들어왔다. 경찰들은 기절한 납치범들을 끌고 경찰차에 태웠고, 곧이어 우리도 같이 경찰서로 데려갔다. 왠지 불길한데...

형사  : “너희, 혹시 17번 국도 쪽 납치범들을 잡고 있니? 청주서에서도 기록이 있길래 살펴봤더니 너희 이름이 있던데.”
진호  : “...네.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형사  : “굳이 이런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말하는 거야. 너희들이 하고 있는 거, 사적제재라고. 잘못하면 너희들도 처벌받으니까 이쯤에서 그만 두고 경찰한테 맡...”
 : “그렇게 기다린 게 벌써 7년이에요! 저희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고요. 7년 동안 도대체 뭘 하셨는데요? 경찰이 진작에 수사를 해서 진범을 잡았다면, 저희가 왜 이러고 있겠냐고요!”
진호  : “너, 진정하고...”
 : “됐어...! 이보세요, 형사님. 저희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정당방위에요. 대법원 판례라도 보고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유진호, 가자!”

나는 당황한 진호를 잡아매고 경찰서를 박차고 나왔다. 형사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경찰서를 따라나왔다.

형사  : “그래, 그렇다면... 온전히 너희 책임이지.”

형사  : “아, 너희 곡성 아지트 주소 모르지? 이게 거기 주소인데, 여기로 한 번 가 봐. 곡성서에는 미리 협조요청 해 놓을 테니까 신고하면 바로 출동할 거야.”
진호  : “감사합니다!”

...휴, 아무튼 경찰이 준 주소로 출발해 보자. 아마 곡성 납치범까지 해치우고 나면 저녁이 될 듯하다.

|5.2=  : “그나저나, 돈은 있어?”
진호  : “당연히 있지. 잠깐만...”

진호가 뒷좌석에 있는 가방을 잠깐 뒤지더니 돈다발을 꺼냈다.

진호  : “50만 원이야. 아까 아지트에서 몰래 갖고 왔어.”
 : “와, 그 정신없는 동안에 그런 건 언제 챙겼냐... 대단하다.”
진호  : “근데 곡성 아지트는 어디야?”

내비에 찍혀 있었는데, 못 봤나 보다.

 : “아, 곡성읍 읍내 쪽이야.”
진호  : “그럼 이제 가자!”

|5.3=20여 분 정도를 달리자 곡성 아지트에 도착했다. 읍내 치고는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다.

진호  : “내 눈 앞에 있는 저 최신식 건물이 아지트다 이 말이지?”
 : “아니라는 보장도 없지.”
진호  : “빨리 들어가 볼까?”

|5.31=...남원에서 한탕 예민해졌더니 이번에도 조심성이 많아졌다. 나는 아지트 근처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진호  : “어디 가! 그냥 정문으로 들어가지, 뭐 하려고?”
 : “...그냥 좀 꺼림칙해서. 조금만 더 둘러보는 게 어때?”
진호  :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지금은 괜찮겠지... 일단 들어가 보자니깐!”

|5.32=진호의 말을 무시하고 걷기 시작했다. 유진호 저 녀석이 아무리 타일러 봐도,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진호  : “야, 어디 가냐니깐!”
 : “다른 문 없는지 보잖아. 정문은 위험하지 않을까?”
진호  : “그놈의 의심병... 그러다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그렇게 나와 진호는 잠시 아지트 주변을 돌면서 다른 문을 찾기 시작했다.

대로변에서 완전히 멀어지기 직전이었을까.

진호  : “네가 말한 게 저 문이야?”
 : “아마. 주소도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진호  : “그럼 그냥 들어가자고!”

|5.4=결국 아지트의 후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멀리서 납치범 몇 명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쯤이면 정문으로 올 때가 됐을 텐데...

놓친 걸까요? 남원에서 분명 정보를 들었는데.

 : “거 봐. 이래서 내가 후문으로 오자고 했잖아.”
진호  : “...할 말 없음.”

그렇게 잠깐 더 숨어 있었는데, 납치범 중 한 명이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후문으로 온 거 아냐? 네가 좀 가 봐라.

아, 그럴 수 있겠네요! 가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곧 납치범이 이리로 올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5.41=나는 잽싸게 옆에 있던 화장실로 숨었고, 진호는 후문 밖으로 나갔다.

그 상태로 몇 분이 흐른 뒤.

뚜벅... 뚜벅...

화장실 빨리 가라~ 난 정문으로 가 있을게.

예... 으, 급하다 급해...!

오케이, 기회다.

나는 납치범이 정신없이 거사를 치르고 있던 동안 조심스럽게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했고, 후문 밖에서 진호와 만날 수 있었다.

 :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진호  : “나도 몰라! 그러고 보니, 밖에 비상계단이 있던 것 같던데?”

주어진 시간은 아주 짧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5.42=일단 후문 옆에 있던 비상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 수 있었다. 2층은 굉장히 높은 곳에 있었는데, 1층으로 다시 내려가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2층 비상계단에는 버튼이 여러 개 달린 기계가 달려 있었다.

 : “이건 또 뭐야?”
진호  : “여기 설명서가 있는데, 읽어볼까?”

설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빨간 버튼: 건물 폭발 노란 버튼: 건물 1층 폐쇄 초록 버튼: 비상벨 울리기 파란 버튼: 낙하산 작동

무슨 버튼을 누르는 것이 좋을까?

|5.43=노란 버튼을 누르자 셔터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 “일단 버튼을 누르긴 했는데, 이러면 납치범들이 2층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진호  : “음...”

야, 빨리 셔터 올려! 어떤 새끼들이야?!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셔터부터...

진호  : “납치범들이 당황한 것 같아.”
 : “시간은 벌었는데...”

재빨리 경찰들이 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5.44=신고를 하려는 그때, 나는 이상한 쪽지를 발견했다.

진호  : “빨리 신고 안 하고 뭐해!”
 : “여기 쪽지가 있어서... 네가 신고 좀 해 줘.”
진호  : “항상 귀찮은 일은 나한테 떠맡기네. 이런...”

진호가 신고를 하는 사이, 나는 쪽지를 읽어 보았다. 간단한 암호인 듯 했다.

우갇제리혀발는있도삼습와층니줘에다요


대충 '우리가 3층에 갇혀 있으니 제발 와서 구해달라'는 내용 같은데... 잠깐, 그럼 지금 여기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 “말도 안돼... 우리 말고도 납치된 사람이 또 있었다니!”

탁탁탁탁...

나는 주저없이 바로 3층으로 올라갔다. 진호가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진호  : “그럼 몇 분 안에 오실 수 있ㄴ... 야, 지금 어디 가!”
 : “여기 위에 사람들이 갇혀 있어!”
진호  : “...혹시 함정이면 어쩌려고?”
 :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진호의 말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씹을지, 아니면 말을 들어보고 결정할지 정해보자.

|5.45=진호  : “너! 네가 본 쪽지, 뒷면이 있어! '가짜 쪽지 만들기 완료'라고 적혀 있는데?”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진호  : “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아? 읽어 봐!”

나와 진호가 그렇게 쪽지를 확인하는 사이, 밑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손 들어! 움직이면 전부 쏜다.

어떤 새끼가 신고한 거야?! 2층에 누구 있었어?

아무래도 경찰들이 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다.

 : “하지만 이상하단 말야...”
진호  : “뭐가?”
 : “납치범들이 진짜 쪽지에다가 가짜 쪽지라고 일부러 써 놓은 걸 수도 있잖아.”
진호  : “하지만 납치범들이 이게 진짜 쪽지라면 진즉 버렸겠지. 굳이 이렇게 잘 보이는 곳에 놓을 필요가 없지 않아?”
 :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 뿐이야.”

 : “직접 확인해봐야지.

|5.451=  : “에라, 모르겠다! 어디야, 어디 갇혀 있어?!”

육중한 3층 문을 열어제꼈다. 그러나, 3층에는 온갖 기물들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진호  : “아무 것도 없잖아...”
 : “잠깐, 그렇다면 이게 정말로...”
진호  : “으아악!”

애애애앵- 애애애앵-

진호는 함정이었다는 걸 깨닫자마자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3층 문은 빠르게 닫혔다. 이 모든 것이 함정이었다.

 : “우린 이제 끝났어...”
진호  : “아냐,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순 없어!”

그렇게 우리가 한참 공포에 빠지고 있었을 때, 우리가 올라온 쪽과 반대쪽의 계단에서 남자 한 명이 천천히 올라왔다. 칼과 총으로 무장한 납치범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공포에 휩싸였다.

납치범  : “3분 안에 처치해주지.”
진호  : “으, 으악...!”

타다당-

진호는 놀랐는지 바로 총을 쐈지만, 납치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서는 우리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납치범  : “이거 방탄조끼야, 이 새끼들아!”

납치범은 우리에게 다가오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의 기물을 이용해 날아오는 총알을 막기 시작했다.

 : “야, 유진호! 정신 차려, 이 개새끼야!”
진호  : “아, 알겠ㅇ...”

투다다다다...

진호  : “으아아악!”

나는 진호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레이저 포인터를 건넸다. 납치범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유진호! 너 이 레이저로 빨리 문 뚫어.”
진호  : “뭐... 뭐?”
 : “뭐해, 빨리 뚫으라고!”

진호는 레이저를 받으면서 나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총을 넘겨주었다. 마취총이 아닌 진짜 총알이 들어 있었는데, 남은 총알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납치범에게 총을 쏘면서 납치범에게 대응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타다당-

탕! 탕!

납치범은 가소롭다는 듯 내 머리 바로 옆으로 총을 쐈다. 으아, 살려줘...!

납치범  : “그런 허술한 레이저에 문이 뚫릴 것 같아? 좋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면...”

납치범은 총을 집어넣고 칼을 꺼내려 했다. 그 덕분에 아주, 아주 잠깐이지만 총을 쏠 기회가 생겼다. 조금이라도 잘못 쏘는 순간 우리는 이대로 죽을 운명이다. 남은 총알은 두 발 뿐.

자,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어느 곳에 총을 쏴야 할까?

|5.46=급할 때는 고자샷이 제일이라고 했다. 급소라도 때려서 조금만 시간을 더 벌어보기로 했다.

타당-

납치범  : “으아아악...!”

운이 좋게도 내 총알은 납치범의 손가락과 급소에 적중했고, 납치범은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때마침 출동한 경찰도 3층으로 올라왔다.

경찰  : “총하고 칼 내려! 자, 빨리 제압하세요.”
납치범  : “이 새끼들,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으아아앍!”

경찰들이 찾아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그를 밑으로 끌고 갔다. 나는 3층을 막 나가려던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 “1층 납치범들은 어떻게 됐나요?”
경찰관  : “아, 방금 전에 다 제압했습니다. 이제 저희만 빠져나가면 되는데...”

그때, 안내방송이 울렸다.

20초 뒤에 건물이 폭파됩니다.

경찰관  : “ㅁ, 뭐라고?!”
 : “일단 빠져나가죠!”
진호  : “...뚫렸다!”

아, 진호가 있었지...! 구멍을 뚫고 있으라고 하길 참 잘한 것 같다.

경찰관  : “저 구멍으로 나가세요!”
 : “유진호 너부터 나가!”

시간이 없다, 빨리 건물을 빠져나가야 해...!

|5.47=자그마한 구멍을 빠져나가자, 아까 올라왔던 비상계단이 다시 우리를 맞았다. 2층으로 가장 먼저 내려간 진호는 내려가자마자 기계를 다시 켜려고 하고 있었다.

 : “빨리 안 내려가고 뭐 하는 거야!”
진호  : “저게 10초 안에 내려갈 수 있는 계단으로 보여?!”

9, 8, 7...

진호  : “...됐다, 기계가 켜질 거야!”
경찰간  : “뭘 어쩔 셈이에요?!”

우우웅-

기계가 켜지자 마침 파란 버튼이 눈에 띄었다. 까먹은 사람들을 위해 다시 알려주자면, 파란색 버튼은 낙하산 작동 버튼이다.

6, 5...

이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

 : “준비 됐지?”
진호  : “응...!”
경찰관  : “빨리 눌러요!”

|5.48=버튼을 누르자, 비상계단 옆으로 받침대가 펼쳐졌다.

4, 3...

피슈우우...

그러더니 천 덩어리가 4층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낙하산인 듯했다.

경찰관  : “뛰어!”
진호  : “으아아아아!”

2, 1...

저걸 잡아야만 살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뛰자!

|5.49=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경찰관과 진호가 먼저 낙하산을 폈고, 나는 그 뒤에 뛰어 진호의 바지를 붙들었다.

내가 진호에게 뛰어들자마자 건물은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콰광-! 쾅! 파스스스스스... 펑!

낙하산은 몇 초 후 건물 옆의 고구마밭 위로 떨어졌다. 경찰관은 우리에게 낙하산을 맡기고 빠르게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 “휴, 살았다...”
진호  : “이제 내 바짓가랑이는 놓으시지?”
 : “아, 알겠어... 죽는 줄 알았네.”

경찰들은 건물이 폭발하기 전 대부분 빠져나온 듯했다. 낙하산을 정리하는 사이, 소방관들이 건물의 잔해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진호  : “휴, 그럼 이제...”
경찰관  : “얘들아!”
 : “경찰관이 부르네. 가 보자.”

.

.

.

나와 진호는 아지트 건물 앞에서 경찰관과 5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경찰  : “얘들아, 진짜 고생 많았다.”
 : “...아니에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경찰  : “음... 바로 다음 곳으로 갈 거야? 이제 곧 저녁인데.”
진호  : “어쩔 수 없죠. 뭐, 구례는 바로 옆 동네니까...”
경찰  : “힘들지 않아? 이왕이면 여기에서 좀 쉬다 가지.”
 : “하하... 네. 식사라도 하고 갈까요, 그럼?”
경찰  : “경찰서 근처에 초계국수 집이 있는데 한 번 가봐. 완전 맛집이야.”

...이 와중에 맛집을 알려준다니. 나와 진호는 순간 웃음을 자아냈다.

경찰관  : “난 빨리 복귀해야 돼서, 이만 갈게.”
진호  : “수고하세요!”

...한여름에 폭발 열기까지 받아 더운 데다가, 배고프기까지 하다. 일단 초계국수를 빨리 먹고 오늘의 마지막 결전지가 될 구례 아지트로 향해야 할 것 같다.

|6=초계국수를 맛있게 먹고 난 뒤,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그러고 보니 벌써 저녁인데, 이제 어디로 가면 돼?”
진호  : “이번에는 구례로 가면 돼.”
 : “구례는 여기서 30분 정도 가면 된다고 했지?”
진호  : “응. 17번 국도로 가는 게 제일 빠르다고 하는데, 좀 꺼림칙하지?”
 : “음...”

어디를 통해 구례로 향해야 할까?

|6.1=서남원IC에 도착했다. 피서철이라 그런지 차가 엄청나게 막힌다.

진호  : “이대로 가면 구례까지 가는 데 1시간은 넘게 걸리겠어.”
 : “그러게. 고속도로도 막힌대?”
진호  : “엄청 막혀. 아무래도 무슨 행사 같은 게 있는 모양인데...”

남S
고속도로 제27호선
27
순천 Suncheon
↖︎
↗︎
북N
고속도로 제27호선
27
전주 Jeonju

 : “맞다, 우리 지금 돈 얼마 정도 남았어?”
진호  : “한 10만 원 있는데, 왜?”
 : “구례에서 숙박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무튼, 갈 방향을 고르자.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는 않겠지?

|6.11=다행히 고속도로에 들어오자 정체가 좀 풀렸다. 나와 진호는 차 안에서 차분하게 내일 일정을 정리했다.

 : “지금 남은 무기가 얼마 정도 돼?”
진호  : “별로 없어. 마취총은 있는데 탄약이 다 떨어졌고, 레이저는 아까 건물 폭발 때 잃어버리는 바람에...”
 : “아, 큰일이네... 아무래도 오늘 구례 아지트를 터는 건 포기해야겠지?”
진호  : “응. 근데 아까는 도로가 왜 그렇게 막힌 거지?”

진호가 고속도로 CCTV를 찾아보더니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진호  : “지... 지금 고속도로가 검은색 마티즈로 꽉 차 있어!”
 : “그럼 납치범들 차가 정체를 일으겼단 거야?”
진호  : “납치범들이 급하게 남쪽, 아마 여수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것 같아.”

잠깐, 그렇다면...

 : “빨리 구례로 가서 납치범들의 움직임을 관찰해보자. 아지트가 텅 비었을 수도 있어.”
진호  : “알겠어. 가는 동안 무기 준비해놓고 있을게.”

부아아앙-

|6.2=

1시간 정도를 달려 구례읍에 있는 또다른 아지트에 도착했다.

아지트는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낡은 건물이다. 주변에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데 정말 간도 크다...

건물 왼편으로 슬쩍 보이는 좁은 문이 아지트의 유일한 입구인 것 같다.

 : “아지트 입구는 저기 하나인 것 같은데...”
진호  : “아니, 내가 봤을 땐 분명 함정이야.”
 : “그럼 다른 통로를 찾아보자.”

비밀 통로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아니, 그냥 없는 건가?

|6.21=마당 앞쪽에 놓인 큼지막한 표지판을 치우자 구덩이가 보였다. 비밀 통로인 듯하다.

진호  : “여기로 들어가야겠지?”
 : “가 보자.”

.

.

.

비밀 통로는 꽤나 넓었고, 예상과 달리 특별한 보안 장치는 없었다.

 : “생각했던 대로네. 여수 쪽으로 사람이 전부 빠져나갔어.”
진호  :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텐데...”

걸어가다 보니, 통로 끝에서 한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비원인 듯했다.

진호  : “...누군가가 자고 있어.”
 : “쉿! 일단 먼저 신고부터 하자. 예감이 불길해.”

그때, 경비원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경비원이 곧 깰 것 같아 보인다. 이놈의 운빨이 또 말썽이야...

음냐... 엇, 누구야 너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6.22=  : “ㄷ... 도망가자!”
진호  : “알겠어!”

우리는 경비원을 빠르게 지나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비밀 통로는 생각보다 짧았고, 곧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진호  : “어떡해? 문으로 막혔어!”

납치범들은 계속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이대로면 잡힐 것 같은데... 하필 총도 없다!

거기 서!

근데, 발 앞에 뭐가 있는 거 같다...?

 : “엇, 호신용 스프레이다!”
진호  : “빨리 뿌려, 빨리!”

어디에 쏠까?

|6.23=치이익-

호신용 스프레이를 마구 쏘자 쫓아오던 경비원들은 기절해 버렸다. 나와 진호는 곧바로 바깥쪽으로 뛰쳐나갔다.

틱- 틱-

 : “스프레이가 벌써 다 떨어진 거 같아.”
진호  : “그럼 버리자. 일단 경찰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될 거 같은데... 신고는 했어?”
 : “아니, 아직.”

진호는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호  : “그럼 빨리 신고해!”

|6.24=...거기가 어디라고 했죠?

진호  : “구례읍사무소 옆에 있는 2층 건물이요. 앞에 마당 큰 거 있어요.”

알겠습니다. 지금 여름 축제 행사 관리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서 10분 정도 걸릴 거 같은데... 최대한 빨리 갈 테니 그때까지만 버텨 주세요.

 : “빨리 좀 오게 해 주세요! 17번 국도 범인들이 저희를 쫓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진호  : “휴, 그래도 한숨 돌렸네.”
 : “그런데, 10분 동안 도대체 어떻게 버티지?”
진호  : “그러니까...”

저기 있다, 잡아!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납치범들이 다시 쫓아오기 시작했다!

 : “무기 다 있지?”
진호  : “아니.”

 : “그럼 뛰어!

|6.25=밖으로 나오자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러면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가서 얼른 잡아 오라고, 이 삐–삐–들아!

진호  : “지금 납치범들한테 총이 없는 것 같아. 우리가 유리할 수도 있어.”
 : “그나마 다행이네. 그나저나 우린 어디로 도망쳐야 돼?”
진호  : “별 수 있어, 모 아니면 도지!”

지금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3곳 정도 된다.

구례로로터리로 나가거나, 정문으로 들어가거나, 근처 건물로 도망가거나.

납치범들을 피해 살아남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6.3=정문은 매우 부드럽게 열렸다. 우리는 재빨리 아지트 건물로 숨어들었다.

 : “휴, 결국 다시 여기로 돌아왔네.”
진호  :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보자.”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아지트 건물의 로비였다. 우리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비상이야! 놈들이 또 아지트를 공격하고 있어. 그러게 내가 철수할 때 조심하라고 몇 번을...

그러니까 말입니다.

 : “어떡하지? 생각보다 납치범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진호  : “정신차려. 저기 방송실이 있으니까, 저기로 들어가 보자.”

.

.

.

방송실 안에는 기계와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진호가 기계를 이리저리 만졌다.

진호  : “이게 마이크 장치 같아. 건물 내부 스피커랑 연결되어 있어.”
 : “그럼 위험한 거 아냐? 지금 마이크가 켜져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6.31=진호  : “(돌고래 소리) 아아아아아악-!”

진호가 마이크에 대고 고음을 질렀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내 귀도 찢어지는 줄 알았다.

진호  : “일단 이것만으로도 납치범들은 크게 당황했을 거야.”

뭐야, 왜 이래!

이게 어떻게 된...

납치범들이 심하게 당황한 것 같다. 지금이야!

|6.32=우리는 빠르게 지하로 내려가 비밀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왜애앵- 삐용-

때마침 경찰이 도착했다.

진호  : “엇, 경찰들이야!”
 : “드디어 왔네... 휴, 살았다.”

경찰차에서 내린 형사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형사  :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디로 들어가면 될까요?”
 : “여기 밑에 통로로 가시면 될 겁니다.”
형사  : “감사합니다. 이따가 같이 서로 가시죠. ...자, 1조는 여기로 먼저 들어가자!”

건물을 탈출하려던 납치범들은 속수무책으로 경찰에게 빠르게 제압되었다. 총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당연하겠지만.

형사  : “자, 이제 경찰차에 타시죠.”
진호  : “형사님, 그런데요...”
형사  : “무슨 문제가 있나요?”
 : “저희를 쫓아오려고 아지트에서 나왔던 납치범 일행이 있었어요. 총을 들고 있지는 않았고요.”
형사  : “몇 명이나 됐나요?”
진호  : “대여섯 명 정도 됐어요. 지금 시내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걸요?”
형사  : “그렇다면...”

그때,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우리를 쫓아오던 그 납치범 무리였다.

아이 씨, 지부에서 연락을 안 받ㅇ...

경찰이다!

형사  : “C팀, 아지트로 복귀! 남은 납치범들 전부 체포한다!”

5분 정도가 지난 후, 우리를 쫓던 납치범들도 검거되었다. 우리는 경찰서로 향했다.

|6.4=형사  : “...조사 받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호  : “아휴, 형사님이 더 고생하셨죠.”
형사  : “이제... 다음은 순천으로 가실 건가요?”
 : “네. 순천, 여수 이렇게 두 곳 남았네요.”
형사  : “이번에는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검거된 사람들 조사하고 처리하기도 벅차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순천에 미리 지원요청은 하겠습니다. 순천서 형사님 연락처를 드릴게요.”
 : “감사합니다.”

우리는 형사에게 연락처를 받은 후, 경찰서 앞에 주차된 우리 차로 들어왔다. 굉장히 피곤했다.

진호  : “이제 숙소를 잡자. 어디서 잘까?”
 : “일단 구례는 아직 굉장히 위험한 것 같아. 순천에서 묵는 게 좋겠어.”
진호  : “그래,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

늦은 밤이 되었다. 빨리 순천으로 항하자.

|6.41=1시간 정도 걸려 순천에 도착했다.

잠깐, 순천까지는 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진호  : “그런데 우리는 순천 아지트가 어딘지도 모르잖아...”
 : “그러니까 순천서 형사님 도움이 필요한 거지. 숙소부터 잡자.”
진호  : “마침 저기 모텔이 있네. 저기서 묵자. 벌써 11시야.”

그때, 모텔에 검은 차가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순간 불길함을 직감했다.

 : “잠깐만, 여기 말고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 놓자. 뭔가 불길해서.”
진호  : “알겠어.”

|6.42=공영주차장에 차를 대 놓은 후 모텔에 들어갔다. 모텔은 한산했다.

진호  : “저기 카운터가 있네.”
 : “오케이, 가자.”

모텔 주인은 젊은 듯했다.

 : “실례합니다. 하루 묵고 가려고요.”
여관 주인  : “방금 전에 어떤 사람들이 당신들 같은 사람을 찾던데, 아닌가요?”
진호  : “앗... 누, 누구지? 하하하...”

조금만 빨리 왔어도 큰일 날 뻔 했다. 납치범들의 추적을 피해 공영주차장으로 가길 잘 한 것 같다.

 : “저희는 그 사람들 몰라요. 키 주세요.”
여관 주인  : “앗, 네... 자, 204호입니다~”
진호  : “감사합니다.”

|6.43=우린 204호에 짐을 풀고 하루를 정리했다.

침대에 누우려 하니, 온 몸이 뻐근하게 저려왔다.

 : “으아... 종일 돌아다녔더니 죽을 맛이네...”
진호  : “나도 그래. 그냥 마취총 몇 발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힘들어...”
 : “그래도 이제 거의 다 왔어. 순천하고 여수만 해치우면 되니까...”
진호  : “그러고 보니, 여수는 저번에 네가 살았던 곳이지?”
 : “으, 이제 거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첫 납치의 기억은 아직 나에게 섬뜩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생각할수록 납치범들을 잡겠다고 기어이 거기까지 찾아가는 나와 진호가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진호  : “괜히 더 생각하지 말고 자자. 지금은 납치범들을 잡는 게 가장 우선이야.”
 : “그래...”

우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곯아떨어졌다.

|7=창밖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눈이 뜨였다.

옆을 바라보니, 이미 진호가 일어나 있었다.

진호  : “깼어?”
 : “흐아아암... 넌 잘 잤냐.”
진호  : “어, 그럭저럭. 그보다도 네가 좀 봐야 할 게 있어.”
 : “뭔데 그래?”

진호를 따라 창가로 다가갔다. 밝은 햇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바깥이 잘 보이지 않았다.

 : “아으, 눈부셔... 뭘 보라는 거야?”
진호  : “아랫쪽을 봐봐.”

진호의 말을 따라 서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쪽은 모텔 주차장일 텐데...

 : “어...?!”

진호가 가리킨 곳에는 검은색 마티즈 20여 대가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딱 봐도 납치범들이다.

 : “어제 모텔 직원이 좀 수상하다 싶더라니, 우리 위치를 알려줬나 봐...”
진호  : “위치가 알려졌으니 이리로 오는 건 시간 문제야. 빨리 도망치든지, 아니면 여기서 납치범들을 처치하든지 해야 돼.”

어떻게 할까?

|7.1=아무래도 납치범들이 이미 모텔에 도착한 이상, 저들을 뚫고 도망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 “납치범들이 아직 옥상까진 도착하지 못 했을 거야. 옥상으로 올라가자.”
진호  : “거기 가서 뭘 하려고 그래? 우린 지금 아무 무기도 없어.”
 : “정확히는 탄약이 없는 거지. 일단 총이라도 제대로 들고 가 보자.”

끼익-

다행히도 객실 밖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린 총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비상계단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진호  : “아직 아무도 안 보여.”
 : “지시가 안 떨어져서 대기하는 것 같아. 빨리 옥상으로 가 보자.”

|7.11=옥상 문은 다행히 잠기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옥상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진호가 나를 잡았다.

진호  : “지금 나가면 함정일 수도 있어. 잠깐 기다려 보자.”
 : “응.”

그 순간, 내 시야에 무언가 익숙한 물체가 보였다. 형광 주황색의... 마취총 탄창?

 : “이거... 탄창 아냐?”
진호  : “이게 왜 여기 있지?”

다시 보니, 탄창에는 작은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비상 시에 사용할 것. 추후 반드시 회수

 : “납치범들이 전에 두고 갔었나 봐. 함정은 아닌 것 같아.”
진호  : “일단 총에 장전만 시켜 놓고 옥상으로 나가 보자.”

진호는 내 총에 탄창을 장전시킨 후 먼저 옥상 문을 열고 나갔고, 나도 진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진호  : “건물 아래쪽에 납치범들이 가득해. 여기 계속 있어봤자 발견되는 건 시간 문제야.”

자, 이제 어쩔까?

|7.12=  : “안 되겠다, 일단 여길 빠져 나가고 보자!”
진호  : “마취총 한 개 가지고 납치범들을 뚫겠다는 거야?!”
 : “충분히 가능해.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건 산탄총이니까.”

나는 총을 들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고, 진호가 그 뒤를 따랐다.

아직 계단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를 대비해 4층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로 내려가기로 했다.

 : “일단 목표는 최대한 신속하게 여길 빠져나가는 거야.”
진호  : “1층 정문 바로 앞에 마티즈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어. 그 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오케이, 그걸 타고 나서 경찰에 신고하자.”

띵-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우린 재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내려갑니다.

문이 닫힙니다.

진호  : “자, 일단 내가 정문 쪽으로 달릴 테니까 네가 뒤에서 납치범들을 쏴 줘.”
 : “오케이. 장전해 놓을게.”

철컥-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진호  : “지금이야!”

투다다다다다...

푹-

으억!

커헉...

나는 1층 납치범들에게 마취총을 난사했고, 그 사이 진호는 재빨리 모텔 정문으로 도망갔다.

 : “탄약이 없어, 이젠 도망 가야 돼!”
진호  : “시동 걸었어! 빨리 와!”

투다당- 타다다당-

우리를 막으려는 납치범들을 쏴 제끼며 자동차에 탔다. 모텔 안 쪽에서는 계속 다른 납치범들이 달려오고 있다.

|7.13=  : “일단 밟아!!”

부와아아아앙-

엑셀을 미친 듯이 밟아대자, 마티즈는 엄청난 소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

뒤로 따라나오는 납치범들을 따돌린 채, 차는 순식간에 모텔을 빠져나왔다.

속도나 소리를 들어봤을 때, 이 차는 마티즈에 스포츠카 엔진을 달아 개조시킨 것 같았다.

진호  : “일단 경... 경찰서로 가자!”
 : “오케이, 방향 알려 줘.”
 : “아, 그보다도 일단 순천서 형사님한테 빨리 연락해!”

진호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어제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진호  : “형사님 안녕하세요, 유진호라고 합니다.”

 

...순천 시내를 광속으로 헤집은 끝에, 순천경찰서 앞까지 도착했다. 그 사이 진호는 형사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형사  : “일단 경찰서 앞이면 제가 나가겠습니다.”
진호  : “네네, 감사합니다. 빨리 와 주세요.”

 : “저기 앞에 저 건물이지?”
진호  : “그런 것 같은데...”

그 순간.

부아아앙-

 : “뭐야, 저건...”
진호  : “으아아악! 납치범들이야!”

그새 납치범의 차가 따라붙었다. 이제 어쩌지...?

|7.14=  : “아무래도 지금 내리면 안 되겠다. 다른 파출소는 어디 있어?”
진호  : “유턴해서 좀만 가면 돼.”
 : “그럼 거기로 가자!”

부우웅-

일단 납치범들을 피해 다시 전속력으로 근처 파출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 진짜 그만 좀 따라와라...

 

진호  : “여기야, 일단 세워!”
 : “빨리 파출소로 들어가자.”

|7.15=납치범들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서둘러서 파출소로 달렸다.

쾅- 딸랑딸랑-

우리는 문을 깰 기세로 박차고 파출소로 들어갔다.

경찰관  : “거, 문 깨지면 어쩌러ㄱ...”
 : “지금 납치범들이 저희를 쫓아오고 있어요, 좀 도와주세요!”
경찰관  : “어, 어?!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 옆에 있는 탕비실에 숨으세요!”
진호  : “납치범이 오면 우린 여기에 없다고 말해주세요!”

탁탁탁탁....

끼이익- 쾅!

진호  : “안전할까...”
 : “경찰들이 잘 처리해주겠지. 일단 형사님한테 연락해 놔.”

그렇게 우린 형사에게 연락한 채로 탕비실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7.16=탕비실로 몸을 피한 지 얼마나 됐을까.

경찰관  : “나오세요! 이제 괜찮습니다.”

끼이익...

경찰관  : “여기 주변에 돌아다니던 수상한 사람들은 전부 잡아서 서로 인계했습니다.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신지...”
진호  : “저희가 사실은...”

우리는 경찰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경찰은 납치범들이 둔기로 나와 진호를 가격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경찰관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 “순천경찰서 형사님께 연락해 놨는데, 아마 이리로 오실 거예요.”
형사  : “유진호 씨, 여기 계신가요?”
진호  : “네네, 여깄습니다!”

우린 형사에게 우리가 납치범들을 피해 모텔을 빠져나온 일을 이야기해줬다.

형사  : “일단 그 모텔 쪽으로는 지원병력을 보내 놓을게. 그보다, 이제 순천 아지트 위치를 알려주면 되는 거야?”
진호  : “순천시청 근처라 그러지 않았나요?”
형사  : “아, 맞아. 그쪽에 공사 중인 건물이 하나 있거든. 우리도 정확한 정보를 가진 건 아니지만, 일단 그리로 병력은 지원 요청할 테니까 먼저 가 있으면 될 것 같아. 조심하고.”
 : “네, 알겠습니다.”

형사  : “아, 그리고 저 마티즈는 내가 증거물로 갖고 가야 하니까 너희는 내 차를 타고 가. 키 여깄어.”

휙- 짤그락

진호  :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경찰이 좋은 정보를 알려준 듯하니 일단은 그곳으로 가 보자.

|7.2=차를 몰고 순천시청 근처를 돌다 보니 공사중인 건물이 하나 보인다.

나와 진호는 그 건물 건너편에 차를 대고 건물을 바라봤다.

 : “저기인가?”
진호  : “시청 근처에 공사 중인 건물은 이곳밖에 없어.”
 : “겉으로 보기엔 하나도 안 의심스러운데... 위장이 정말 대단하다.”
진호  : “어쨌든 들어갈까?”

지금 바로 들어가기는 애매한데... 어떻게 할까?

|7.21=이제는 고민하기도 귀찮다. 어차피 납치범들 대부분은 여수로 다 가 버렸을 텐데, 뭐...

3.139.235.177  : “모르겠다, 그냥 들어가자.”
진호  : “그래.”

우리는 조심스럽게 공사장으로 들어갔다.

공사 중인 건물답게, 햇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그런데 입구 바로 건너편 벽에 놓인 거대한 철판이 눈에 띈다.

3.139.235.177  : “유진호, 저기 있는 녹슨 철판 보여?”
진호  : “어.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3.139.235.177  : “안에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아? 움직여 볼까?”

자,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7.22=끼기기- 끼익...

으으윽, 도대체 무게가 얼마나 되길래 이 철판은 들기가 이렇게 힘든 거야...

 : “어우, 엄청 무거워...”
진호  : “그런 말 하기 전에 빨리 옮기기나... 어?”

쿵-

진호가 철판을 옮기다 갑자기 내려놓았다.

 : “왜 그래?”
진호  : “비밀 통로가 나왔어.”

진호 쪽으로 다가가 슬쩍 들여다 보니, 철판을 치운 자리에 비밀 통로가 뚫려 있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디로 간 거야?

진호  : “납치범들이 이 쪽으로 들어오려는 거 같은데?”
 : “그럼 일단 들어가자!”

|7.3=지하통로는 조명이 부족해 아까보다도 더더욱 어두웠다. 게다가 동굴마냥 너무 습하고 춥다...

우리는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며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지하통로를 걸어내려갔다.

 

 : “여긴 좀 무서운데...”
진호  : “그러게. 일단 근처에 뭐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오케이. 일단 진호 말대로 주변을 둘러보자.

오른편에는 진열대가 쭉 늘어서 있고, 왼쪽에는 막다른 길 위로 환풍구가 하나 보인다. 뒤쪽은 우리가 내려온 지하통로 계단이다. 일단 진열대 쪽으로 가면 되려나?

진호  : “근데, 아까부터 저쪽에 이상한 게 보이는 것 같은데...”
 : “뭐길래 그래?”

어, 잠깐...

저기다! 놈들이 입구 쪽으로 내려왔다!

이런, 지하에도 납치범들이 매복해 있었다!

일단 어디로든 빨리 도망쳐야 된다.

|7.4=순간적으로 환풍구로 가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장 환풍구 쪽으로 뛰어갔고 진호도 내 뒤를 따랐다.

진호  : “막다른 길이야...!”
 : “어쩌겠어, 환풍구라도 넘어가야지!”

나는 환풍구 덮개를 우악스럽게 뜯어 던졌다.

슈우우... 쾅!

나는 잽싸게 환풍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 “진호야, 빨리 올라와!”
진호  : “나도 그러려고 하는데...!”

타다당-

진호  : “으아아!”
 : “빨리 오라니까... 으이챠!”
진호  : “헉, 헉...”

진호는 정말 간발의 차이로 총알을 피했다.

우리는 납치범들이 쫓아오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환풍 통로를 기었다.

환풍 통로는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듯 먼지가 수북했다. 거미줄도 보이는데...

 : “콜록콜록... 어우, 먼지 좀 봐!”
진호  : “쿨럭... 그러게 말이야.”

|7.41=환풍 통로를 계속 기어갈수록 점점 더 먼지가 많아진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나뭇가지가 계속 옷을 건드린다.

진호  : “아, 나뭇가지가 계속 걸려...”
 : “그래도 여긴 납치범들이 전혀 없을 테니까, 일단 쭉...”

우지끈

...뭘 잘못 건드린 것 같다.

순간적으로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콰직-

으아악-!

우리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공간으로 떨어지며 잠시 정신을 잃었다.

 

눈이 뜨였다. 나는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

 : “으으, 허리야...”
진호  : “정신이 좀 들어?”

안 그래도 납치범들 잡는다고 피곤해 죽겠는데, 갑자기 떨어지니 온 몸이 뻐근하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지?

 :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진호  : “글쎄... 아지트 시설 내부로 들어온 건 확실한데.”

그러고 보니, 아까 처음에 봤던 공사장보다 훨씬 마감이 잘 되어 있다.

정말 납치범들의 아지트 안으로 들어온 거 같다.

 :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약간 좁긴 하지만...”
진호  : “이쪽에 뭐가 있는데... 야, 여기 탄약이랑 지도!”
 : “일단 탄약부터 챙기자!”

우리는 탄약을 챙긴 뒤 A4용지 위에 인쇄된 지도를 찬찬히 들어다보았다.

|7.42=일단 우리가 있는 곳은 소회의실에 딸린 지하시설이다. 소회의실에는 여기 말고도 작은 경비실 하나가 더 연결되어 있다.

소회의실 밖으로 나가면 복도가 있고, 복도의 끝에는 본회의실로 가는 통로와 큰 경비실 입구 있다. 큰 경비실을 지나면 우리가 들어온 1층 입구 쪽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 “일단 소회의실로 나가야 되는데, 문이 어디 있지?”
진호  : “바로 저기 있어.”

딱히 문이 잠겨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할까?

|7.43=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바깥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잠깐, 밖에 뭐가 들리는데...”

저벅... 저벅...

진호  : “(귓속말) 어떻게 하지?”
3.139.235.177  : “(귓속말) 모르겠어, 일단 기다려 보자.”

우리는 숨을 최대한 죽이고 발소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저벅...... 저벅......

다행히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소회의실을 잠깐 들렀다 나간 것 같다.

진호  : “이제 나가도 될 것 같아.”

|7.5=우리는 소회의실로 들어왔다. 납치범 아지트답지 않게 매우 화사하고 깨끗하다.

진호  : “어, 저기 뭐가 붙어 있어.”
 : “확인해 보자.”

벽에 붙은 A4용지 위에는 사인펜으로 휘갈긴 듯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런데 내용이...

12시: 긴급 회의 13시: 행동 개시

 : “음... 지금이 몇 시야?”

내 질문에 진호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진호  : “잠시만... 11시 53분.”

잠깐, 그럼 7분 뒤에 정규 회의가 시작된다는 거잖아!

 : “납치범들이 곧 회의하러 이곳으로 올 텐데, 어쩌지?”
진호  : “음...”

|7.51=  :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어. 납치범들이 여길 떠날 때까지 저 옷장에 들어가서 숨자.”
진호  : “알겠어. 그럼 납치범들의 회의 내용도 들을 수 있겠네.”

우리는 청소도구들을 지하시설에 집어넣은 뒤 청소함 안에 몸을 숨겼다.

철컹-

뚜벅, 뚜벅...

바깥에서 납치범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시작됐다.

자, 본부 쪽 명령에 따라 긴급 회의 개최하겠습니다. 현재 본부에서는 다른 지부와 연략이 전부 두절되었고 이곳만이 유일하게 연결된다고 합니다. 어제 구례 지부도 최소 21명 이상의 대원이 그 고등학생 2명에게 당했다고 전달을 받았습니다.

이래서는 우리도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본부 지원을 받아서 대원 전체가 중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본부에서 추가 지시가 내려왔는데, 고등학생 2명을 발견 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사살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원의 추가적인 피해는 최대한 막으라고도 전달했습니다.

그럼 중무장을 일단 허용하고, 지부 시설 안에서 이미 발견이 된 만큼 추가적인 수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경비팀에서는 대책을 세워 속히 시행하기 바랍니다. 회의를 파합니다.

납치범들이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들이 모두 회의실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 청소함 안에서 숨죽여 기다렸다.

 

끼익...

하...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네.

청소함 안에서 30분 동안 몸을 숙이고 있었더니 온몸이 뻐근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사실 그동안에도 뭐가 달랐나 싶지만, 이제는 납치범들에게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

진호도 우리의 이런 상황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진호  : “무조건 사살이라니, 큰일인데...”
 : “그러게, 조심하지 않으면 곧바로 죽게 생겼어.”
진호  : “일단 방을 다시 둘러보자.”

방금 전에 납치범들이 들러 갔으니 뭐가 나올 법도 한데...

어...

진짜 아무 것도 없다.

진호는 뭘 좀 찾았으려나?

 : “어때, 뭐 좀 찾은 거 있어?”
진호  : “아니, 실탄이 든 총밖에 없어.”
 : “그건 불법이라 경찰들 들어오면 못 쓰잖아.”
진호  : “그렇지. 일단 지도라도 다시 볼래?”

우리는 다시 지도를 펼쳐보았다. 이곳 구조는 아까 전에 설명한 것과 같다.

 : “그러고 보니, 왜 여긴 경비실이 2개나 있지? 다른 곳은 이것보다 구조가 단순했는데.”
진호  : “아무래도 우리를 더 잘 감시하기 위해서 아닐까?”
 : “아니야, 그거 말고도 뭔가 더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음...”

머리야, 굴러가라... 너 고등학교 3학년인데 이 정도 생각은... 으으으...

...하, 안 되겠다. 그동안 납치범 때려잡는 거만 생각해서 그 이상의 사고가 되지를 않는다.

진호  : “그냥 여기를 나가자.”

그래,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뭐라도 할 수 있겠다.

그럼 어디로 가지?

|7.52=  : “그럼 복도로 곧장 나가자.”

괜히 이런 곳에 오래 있다가는 총만 맞고 끝난다. 바로 복도로 나가서 이곳을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경비실 갔다가 험한 꼴 당할 일 있나...

철컥- 철컥-

...아, 진짜.

문은 잠겨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경비실로 가서 열쇠를 가져와야 할 것 같다.

|7.53=  : “경비실로 가야겠네. 가서 뭐라도 챙겨보자. 사람이 없기를 빌고...”

우리는 잔뜩 경계한 채 경비실 문을 살짝 열어젖혔다.

정말, 정말 다행히도... 안에는 납치범들이 보이지 않았다.

진호가 먼저 경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 “...아무도 없어?”
진호  : “잠깐, 저기 자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진호의 말대로, 경비실 안쪽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잠들어 있는 사람이 한 명 보였다.

총을 들고 있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경비원 같은데, 걸리면 끝장이다.

진호  : “잘못하면 깰 것 같아. 조용히 지나가자.”

저벅...... 저벅......

우리는 천천히 경비원이 앉아있는 의자를 지나 옆에 놓인 책상 쪽으로 향했다.

일단... 마취총이 있다! 이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탄창을 장전하기만 하면 된다.

진호  : “다행이네, 무기 없이 여길 빠져나가긴 힘든데.”
 : “책상을 좀 더 뒤져보자.”

나는 책상 이곳저곳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으니 바닥에 뭔가가 떨어져 있다. ...열쇠?

 : “저 쪽에 열쇠 보여?”
진호  : “아, 복도로 나가는 문에 꽂는 열쇠인가 보다. 가져가자.”

그때, 우리가 떠드는 소리를 느꼈는지 경비원이 약간 움직였다.

쿨- ㅋ... 으음...

다행히 잠에서 깨지는 않은 것 같다. 아오, 심장 아파...

어떻게 할까?

|7.54=아무래도 저 경비원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마취총에 탄창을 장전했다.

모 유명 추리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마취총은 목에 조준하면 아프지 않으면서도 가장 효과가 빠르다. 나는 총이 빗나가지 않도록 조심히 총을 겨눴다.

자, 준비하시고...

탕-

윽!

좋아, 경비원은 마취총에 맞아 기절했다. 이제 마음 놓고 열쇠를 가져가자.

|7.6=근데 하필 열쇠가 집어들기 힘든 위치에 있다.

나는 자세를 틀어 재빨리 열쇠를 끄집어냈다.

쩔그럭- 쩔그럭-

아까 경비원이 깨어있을 때 열쇠를 꺼냈다면 분명히 걸렸을 것이다.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열쇠를 가지고 회의실로 다시 향했다.

철컥-

역시 복도와 통하는 문은 굳게 잠겨 있다. 문고리에 있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렸다.

철커덕- 끼익...

항상 키패드를 누르거나 아예 레이저로 문을 뚫고 나가곤 했는데, 열쇠로 문을 따고 나가는 건 또 처음이다.

어쨌든 나와 진호는 슬그머니 복도 한복판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를 맞이하는 건...

지이잉-

진호  : “어쩐지 조용하다 했다...”

엄청난 수의 레이저가 복도를 휘감고 있다. 이걸 모두 피하면서 가는 건 매트릭스에서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7.61=  :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달려!”

뭐 어째, 이럴 때는 정공법밖에 답이 없지!

우리는 수많은 레이저들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지나치며 큰 경비실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보 시스템에 난리가 났다.

위임- 위잉- 위잉-

이상인원 진입 발견, 즉시 소회의실로 진입 바랍니다.

진호  : “이제 뭐 어쩔 거야?!”

|7.62=헉... 헉...

우리는 온 힘을 다 해 본회의실로 달렸다. 홀로 떨어져 있는 본회의실의 구조 덕분에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소회의실과 달리 이곳은 마감이 되지 않아 매우 칙칙한데... 일단 납치범들이 오기 전에 어디 숨을지부터 생각하자.

|7.63=  : “저기 있는 박스 안으로 숨어!”
진호  : “딱 2개니까 한 명씩 들어가면 되겠네.”

상자는 매우 커서 성인 남자 한 명도 쪼그려 앉을 공간이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박스 안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이윽고 납치범들이 거칠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삐–삐–들... 어디로 간 거야?

아무래도 본회의실을 수색하는 것 같은데...

잘못하면 걸릴 수도 있다. 어떡하지?

|7.64=이쪽은 아닌가 보다! 환풍구 쪽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

다행히도 납치범들은 다른 쪽에 정신이 팔려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납치범들이 떠난 후, 우리는 상자에서 나와 본회의실에 남아있던 납치범들에게 마취총을 쏴 기절시켰다.

진호  : “일단 고비는 넘었는데...”

그 순간, 밖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 “...아무래도 경찰들인 거 같은데?”
진호  : “일단 여길 나가자!”

경찰이 쓰러지면 아무도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 빨리 도와주러 가자!

|7.7=짭새 떴다! 다들 어디 간 거야?!

너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타다당- 투다다다-

우리가 큰 경비실로 달려가는 동안 복도 쪽에서는 계속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경찰들과 납치범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것 같다.

 : “안 되겠다, 빨리 쏘자!”
진호  : “이야아아!”

투다다다다다...

나와 진호는 경찰을 공격하는 납치범들에게 마취총을 퍼부었다.

하지만 납치범들은 그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복도에서 계속 쏟아져나왔다.

경찰과 우리가 힘을 합해 총격전을 계속 벌인 끝에 납치범들은 겨우 일망타진되었다.

그런데 저 쪽에 총을 맞고 쓰러진 경찰이 보인다.

진호  : “저기요, 괜찮으세요?”

|7.71=진호가 경찰관을 잠깐 살펴보더니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진호  : “이 사람, 지금 숨을 안 쉬는데?”
 : “뭐?”

곧바로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아, 큰일이다!

진호  : “네가 119에 신고 좀 해 줘! 내가 CPR심폐소생술하고 있을게.”
 : “제발... 빨리 받아라...!”

푹- 푹- 푹- 푹-

 

순천경찰서 형사  : “정말 고생 많았어. 내가 적어도 3명은 보내라고 했는데, 지구대에서 먼저 투입된 인원 혼자 그 무서운 데를 들어갔다가... 너희 아니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겼을 수도 있을 거야.”
 : “저희도 죽을 고비에서 살아난 게 여러 번인데요, 뭐.”
진호  : “너, 이제 빨리 여수로 가야지.”
형사  : “여수? 진짜 그 녀석들의 본거지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 “네. 여기까지 왔는데 별 수 없잖아요.”

형사는 잠깐 고개를 숙여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형사  : “정말 위험할 텐데... 그렇다면.”
진호  : “그렇다면이라뇨?”
형사  : “너희에게 방탄 조끼를 좀 줄게. 경찰서에 구비해 놨을 테니까 따라와.”
 : “감사합니다!”

경찰은 동료를 살려준 대가로 방탄 조끼 두 벌을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8=방탄 조끼를 받은 뒤 경찰서를 빠져나가려는데 아까 그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희 차가 모텔에 방치되어 있다고 해서 경찰서로 견인시켜 놨어

 : “아, 맞다. 우리 차...”
진호  : “빨리 찾으러 가자.”

경찰서 뒷편으로 가 보니 우리가 청주에서부터 타고 온 차가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다행히 차 상태는 멀쩡해 보인다.

|8.1=나는 갑자기 드는 위화감에 그대로 멈췄다.

 : “잠깐, 근데 우리 차가 좀 이상하지 않아?”
진호  : “사람 불안하게 왜 또 그래.”
 : “저 쪽 타이어 휠 쪽에 뭔가 찌그러진 자국이 보이잖아.”
진호  : “어, 정말 그렇네. 그럼 혹시...”

우리가 모텔에서 도망친 이후에도 몇몇 납치범들은 그곳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경찰이 차를 견인하기 전에 납치범들이 우리 차에 무슨 수를 썼을 가능성도 있지.

어떻게 해야 할까?

|8.11=우리는 일단 근처 카센터에서 차를 정비하고 가기로 했다.

진호  : “보험사죠? 여기가 순천경찰서 입구 쪽 주차장인데요...”

 

~ 2시간 뒤, 순천 모처의 자동차공업소 ~

 : “차 상태가 어때요?”
정비사  : “산 지 얼마 안 된 차죠? 다른 건 아주 멀끔한데, 악셀이랑 브레이크 계통이 심하게 고장나 있던데요? 라이닝이 완전히 깨져서 브레이크가 안 됐을 텐데 어떻게 몰고 다니신 거예요?”
진호  : “누가 깨 놓은 거 같아요.”
다른 정비사  : “그것도 문제지만 자동차 주행 소프트웨어가 말도 안 돼~ 5km만 더 달렸어도 차량 제어가 아예 불가능하게 해 놨더만요. 나도 기름밥 먹고 산 게 30년 이상인데 차가 해킹된 건 처음 봤어요. 뭐 차에다가 일부러 이상한 짓 한 거 아녀요?”
 : “저희는 그런 짓 안 했는데, 하...”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차를 아주 흉기로 만들어놨네.

 

카센터에서 차 수리를 마치고 순천 시내로 나왔다.

진호  : “그래도 돈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렌터카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 “이제 여수로 출발하면 되는 거야?”
진호  : “그런 것 같아.”

자, 이제 출발하자.

|8.2=여수로 향하는 차 안에는 싸늘한 기류가 흘렀다.

마지막 결전지로 향한다는 개운함, 만만치 않을 납치범들에 대한 긴장과 공포...

우리가 탄 차는 그 모든 것을 싣고 국도를 달렸다.

부아아앙...

율촌교차로
↑︎
국도 제17호선
17
돌산 Dolsan
여수 Yeosu
시도 제16호선
16
여수공항 Yeosu Airport
율촌 Yulchon
↗︎

 : “아, 이제 여수다.”
진호  : “나는 여수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 “그래도 우리를 죽이려고 한 나쁜 삐–삐–들 잡는 거니까, 좀만 더 힘을 내자.”
진호  : “도대체 왜 하필 우리한테 그런 짓을 한 건지는...”

그러게, 왜 하필이면 나와 진호에게만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다른 유괴나 납치 사건처럼 돈을 요구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우리를 순전히 죽이기 위해서?

어쨌든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일단 여수에 있는 마지막 납치범들을 잡는 게 먼저다.

그래야만 나를 옥죄는 납치의 공포에서 마침내 해방될 수가 있다.

갈 길부터 정해야겠다.

|8.21=진호  : “그나저나 여수 아지트는 어디 있는 거야?”

어,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아지트 위치도 모르고 있었구나.

진호  : “아, 혹시 예전에 여수에서 납치당한 그곳 아닐까?”
 : “맞는 거 같아. 여수에서 납치범들과 관련이 있을 만한 곳은 거기밖에 없겠지.”

첫 납치 장소가 우리의 마지막 결전지가 될 수도 있다니 만감이 교차했다.

끔찍했던 납치의 기억들이 약간은 되살아나기도 한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오로지 17번 국도의 납치범들에게 콩밥을 먹이는 것만 생각하자...

그렇게 우리는 모든 것이 시작된 그곳으로 계속 달려갔다.

|8.3=지금 가는 납치범들의 아지트는 돌산읍 돌산교차로 근처에 있다. 정확한 장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일단 가 보면 알겠지.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백미러에 검은 무언가가 보인다. 벌레인가 싶던 순간 진호가 말을 걸었다.

진호  : “너, 백미러에 뭐 있는 거 보여?”
 : “안 그래도 아까부터 벌레가 붙은 거 같아서 닦으려고 했어.”
진호  : “다시 잘 봐봐. 벌레는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진호의 말대로 백미러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 뒤에 까만색의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데... 마티즈인가.

잠깐, 검은색 마티즈?

 : “삐–삐–, 그새 또 쫓아왔어!”
진호  : “어떻게 좀 해 봐!”

|8.31=나는 우리를 쫓아오던 차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직감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익-

쌔애앵-

납치범들은 아무래도 마티즈를 스포츠카용 엔진으로 개조한 차량을 몰고 온 것 같다.

우리가 속도를 줄이자 납치범들의 차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 차를 잽싸게 지나쳤다.

그러나 바로 앞이 급커브구간이었기 때문에, 그 차들은 그대로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바깥으로 추락했다.

진호  : “십년감수했네. 또 찾아오기 전에 얼른 아지트로 가자.”

|8.4=몇 분이나 달렸을까, 차가 드디어 돌산교차로에 도착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무섭다기보단 매우 황량해 보였다.

민가 몇 채와 겹겹이 쌓인 컨테이너 박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 “그런데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다. 난 엄청난 곳일 줄 알았는데...”
진호  : “우리가 납치당했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으니까. 지금은 아직 환한 대낮이고.”
 : “저기 컨테이너 박스가 있어. 저기가 아마 납치범들의 본거지가 아닐까?”
진호  : “음... 근데 저기 민가도 있어서. 어떻게 할래?”

|8.41=도로 건너편에 있는 작은 민가에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이곳이 납치범들의 본거지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안에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 “여긴 납치범들의 본거지가 아니지 않을까?”
진호  : “혹시 모르니까.”

어떻게 하지?

|8.42=똑똑똑

 : “누구 계십니까?”

나는 아주 정중하게 문을 두드렸다.

이윽고 문이 열렸고, 우리 앞에는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났다.

할아버지  : “예, 무슨 일이세요?”

아무리 봐도 저 사람이 납치범들과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빨리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저희가 사실은...”

|8.43=  : “다른 곳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잘못 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 “그래요? 그럼 잘 가세요~”

끼이익- 철컥

할아버지는 아무 감정 변화도 없이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유진호 너 때문에 괜히 헛다리 짚을 뻔했잖아!”
진호  : “아... 알겠어. 그럼 그 컨테이너 박스나 둘러보러 가자.”

하도 당하고 살다 보니 이젠 모든 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특히 여긴 트라우마가 서린 곳이니 더더욱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겠나, 빨리 납치범들 때려잡고 이곳을 벗어나야지...

|8.5=우리는 차 안에서 마취총을 챙긴 후 근처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다가갔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납치되었을 때도 이쪽을 통해 빠져나갔던 것 같다.

진호  : “어... 보면 볼수록 뭔가 눈에 익는 장소야.”
 : “나도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본거지가 맞지?”

마침 컨테이너 박스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는 그 안을 슬쩍 들여다 보았다.

 : “뭐가 보여?”
진호  : “아니, 아무 것도.”

컨테이너 박스 안은 너무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뭐 어떡해, 안으로 들어가 봐야지.

|9=저벅... 저벅...

우리는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컨테이너는 바깥보다 훨씬 습한 데다, 이상한 악취도 나는 듯하다.

텅 비어 있긴 하지만 잘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진호  : “뭐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이제 돌...”

철컹- 쿠당탕...

갑자기 컨테이너 바닥이 들썩이더니 환한 빛이 새어나온다.

누군가가 나오는 거 같은데...

이런 젠장, 납치범이다!

납치범  : “너희들 누구야! ...혹시 그 고딩 새끼들이냐?”
진호  : “미치겠네, 정말. 지금 마취총 탄약도 없다고!”

일단 우리의 존재가 발각된 이상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 어쩔까?

|9.1=뭘 어째, 일단 튀는 게 상책이지!

 : “나가자!”
진호  :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쿠당당탕

납치범  : “지원, 지원! 목표 인원 2인 반경 50m 안에서...”

우리는 잽싸게 컨테이너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일단 어디로 도망가야 될 거 같은데...

 : “유진호, 어디로 가?”
진호  : “저쪽 주차장!”

나는 진호의 말에 따라 옆 건물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주차장은 매우 넓었고, 우리는 금방 사각지대를 찾아 숨을 수 있었다.

 

안 보이지?

하여간에 삐–삐–삐–삐– 잘 튀어...

(삐릭-) 701번지에서 수색 실패.

(치칙- 수색 중단 명령. 철수하고 본대 복귀하라. 삑)

(삑) 철수 이유 물어봐도 됩니까?

(삐로리- 경비 오인으로 확인되었음.)

예 알겠습니다. 복귀. (칙)

그냥 이렇게 돌아간다고?

못 들었냐? 잘못 본 거 같다잖아.

뭐, 가끔 일반인들도 담배 피러 들어오기는 하니까...

돌아가서 하던 일이나 마저 하자고.

(저벅저벅...)

 

다행히도 납치범들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갔고, 그 이후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철수하라고 했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 “이제 나가도 되지 않을까?”
진호  : “오케이.”

우리는 주변을 경계하며 바깥으로 나왔다.

일단 근처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는 것 같다.

|9.2=다시 컨테이너다.

여전히 캄캄하고, 습하고... 아까 전보다 뭐가 달라진 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진호  : “일단 납치범들이 나왔던 그 문부터 살펴봐야 할 거 같아.”
 : “음... 저기 아닌가?”

나는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문에서 이상한 연기 같은 게 새어나오는 것 같다.

|9.3=  : “수상한데?”
진호  : “뭐가?”
 : “문틈으로 연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진호  : “진짜 그러네? 왜 그런 거지...”
 : “아무래도 함정 같아. 전에도 몇 번 봤잖아?”

나는 컨테이너 밖에서 짱돌을 주워 왔다.

 : “잠깐 밖에 나가 있어. 내가 던질게.”
진호  : “오케이. 조심하고.”

진호가 나간 뒤, 나도 문을 향해 냅다 짱돌을 던진 후 밖으로 뛰쳐나갔다.

쿵...

슈우우우우우우...

콰아아앙!

짱돌을 맞은 문은 갑자기 엄청난 연기를 뿜어내더니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아마도 문을 열면 그 주위에 있는 사람을 전부 날려버리는 함정이었던 듯하다.

우리는 컨테이너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문 주위에는 폭발의 잔해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입구가 보였다.

진호  : “이제 들어가도 될 거 같아.”
 : “내 생각도 그래. 근데...”

|9.4=  : “문이 열리긴 했지만, 입구가 너무 좁아서 총을 들고 가기는 무리야.”
진호  : “알겠어. 그럼 여기다가 두고 들어가자.”

쩔그럭- 투둥 퉁

우리는 마취총을 옆에 놔둔 채 폭발의 잔해들을 피해 조심히 문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안에 사다리가 있어서 수월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진호  : “너무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데?”
 : “어, 그래서 그런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얼마나 내려갔을까, 마침내 사다리의 끝에 다다랐다.

 : “여기부터는 사다리가 없어. 어떡해?”
진호  : “밑에 바닥이 있어. 그냥 떨어져도 될 거 같아.”

다시 살펴보니, 진호 말대로 사다리 바로 밑에 바닥이 있었다. 나와 진호는 사다리 끝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으악, 내 허리.

 : “으으! 잘못 떨어졌어.”
진호  : “뭐 하냐, 넌...”

...나는 허리를 쓰다듬으며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인 주변을 둘러보았다.

|9.5=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미지의 지하 시설. 방금 전 우리가 내려온 통로를 통해 옅은 빛이 내려오기는 하지만 역시 무언가를 식별하기는 어려웠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오로지 코를 찌르는 이상한 악취, 그리고 우리 주위를 날아다니는 파리 소리뿐이었다.

진호  : “켁... 냄새가 장난 아닌데.”
 : “안 되겠다, 손전등이라도 켜자.”
진호  : “그러다가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들키면 어쩌려고?”
 :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잖아.”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와 진호는 각각 핸드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팟-

어둠 속에 감춰진 시설의 모습이 환히 드러났다.

바닥에 물이 고였던 흔적, 곰팡이가 가득 슬어 있는 모서리, 그리고 날아다니는 파리들...

어째 느낌이 좋지 않다.

 : “이제 좀 낫네.”
진호  : “혹시 모르니까 조심히 움직여야겠어.”

나와 진호는 이곳저곳 손전등을 비추며 천천히 이 불길한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진호  : “여기 수도꼭지도 있어. 바닥에 고인 물은 여기서 흘러나온 것 같아.”
 : “물청소 같은 걸 자주 했나? 그렇다기엔, 우욱, 냄새가 좀 심한데...”

그렇게 내가 한쪽 벽에 다다른 그때였다.

 : “엇, 잠깐만.”
진호  : “왜 그래?”

플래시가 비추는 한 구석으로 언뜻 이상한 물체가 눈에 띄었다.

뭐지? 아, 제발...

아냐,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나는 그쪽을 향해 천천히 플래시를 비추었고, 이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나의 손은 부르르 떨며 그 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 “으... 으악!”
진호  : “뭔데 그렇게... 으아아!

|9.6=나와 진호 앞에는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끔찍한 광경이 드러나 있었다.

그것을 보고도 비위가 멀쩡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게 분명하다.

당연히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호  : “우욱, 우웨엑! 켈록, 켈록...”
 : “으으... 괜찮냐?”
진호  : “으웨에엑! 아, 그럴 리가...”

나는 그제서야 불그죽죽한 혈흔이 방 안에 가득 튀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파리와 악취가 들끓던 이유도 아주 명확해졌다.

 : “우우욱... 아, 먹은 거 다 게워내게 생겼네.”
진호  : “으, 어지러워. 하아... 물 없냐?”
 : “물?”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수도꼭지가 있다고 그랬지.

나는 진호를 그곳으로 데려갔고, 우리는 얼굴과 손을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깨끗이 씻었다.

진호  : “헉, 헉... 이제 저쪽은 쳐다보지도 말자.”
 : “너 같으면 그 끔찍한 모습을 또 보겠냐? 진짜 미친 놈들이네, 와...”

우리는 핸드폰 손전등을 끄고 잠시 진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히려 이럴 때는 컴컴한 이 방이 약간 도움이 되었다.

|9.7=진호  : “이 정도면 된 거 같아.”
 : “고생했어. 일단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자.”

아무래도 이 지하 시설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아까 갔던 곳과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천장을 비춰보니 중간중간 형광등이 달려 있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조명을 떼어 간 티가 역력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조명을 달아놓고 쓴 것 같아.”
진호  : “급하게 철거했나보네. 근데 왜... 우욱...”
 : “그건 이제 그만 생각하자.”

그렇게 진호를 진정시키며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이윽고 다른 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진호  : “갈림길이야.”
 : “아마 둘 중에 하나는 함정일 텐데...”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건 다락문과 창문뿐이다. 창문으로 나가면 지하 시설의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호  : “아무래도 찍어야 할 것 같아.”

자, 어디로 가는 게 맞을지 잘 생각해보자.

|9.8=우리는 바닥 밑으로 통하는 자그마한 다락문을 선택했다.

끼이익-

다행히도 다락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호가 먼저 다락문 속으로 들어갔다.

진호  : “사다리가 좀 미끄러워. 조심해서 내려와!”
 : “알겠어.”

나와 진호는 사다리를 타고 또다른 공간으로 내려갔다.

 

 : “후, 미끄러워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진호  : “그러게.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아까 있었던 공간과는 달리 이곳은 조명이 훤히 비추고 있었다. 그 말은 이 주변에 납치범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 “이상하다, 진짜 아무도 안 보이는데.”
진호  : “일단 여기도 좀 둘러볼 필요가...”

쿵쿵쿵쿵쿵

잠깐, 뭐가 달려오는 거 같은데?!

진호  : “으악!”
 : “유진호, 피ㅎ...”

파지직-

그렇게 나와 진호는 매복해 있던 납치범들에게 전기충격을 당한 채 그대로 기절하게 되었다.

|10=으으... 여긴 어디지?

또 어딘가로 끌려왔다.

아, 진호! 진호는 어디 갔지?

 : “유진호! 너 어딨어?”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진호는 아마도 다른 방에 있는 것 같다.

이 좁은 방 안에는 오로지 옷장과 문, 마취총, 그리고 나뿐이다.

일단 총은 버려야겠다. 너무 무거운 기종인데다 탄약도 없으니.

|10.1=나는 옷장으로 다가갔다.

끼이익...

옷장 안에는 계절과 맞지 않게 두꺼운 롱패딩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지독한 나프탈렌 냄새는 덤이다.

도대체 뭐지, 이거?

|10.2=나는 옷장 안에 들어찬 롱패딩을 치우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 “이건 또 뭐야?”

뻥 뚫려 있는 구멍.

아마도 다른 방과 연결된 비밀통로인 것 같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속으로 들어갔다.

 

아, 빛이다!

좁고 긴 통로를 한참 기어간 끝에 반대쪽 입구로 도착할 수 있었다. 또다른 방이다.

 : “어, 유진호!”

진호는 이 방의 한구석에서 여전히 기절한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진호를 곧장 깨웠다.

 : “야, 유진호! 좀 일어나 봐!”
진호  : “끄으으...”
 : “정신이 좀 드냐?”

 

진호  : “...어쨌든 여기서 탈출하면 되겠네.”
 : “그리고 납치범들을 잡아줘야지.”
진호  : “그나저나 어떻게 나가려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환풍구 통로와 다락문이 눈에 띈다. 둘 다 천장 가까이에 매달려 있는데, 그 밑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일반적인 문도 보인다.

|10.3=  : “그럼 저기 다락문으로 올라가자.”
진호  : “알겠어. ...근데 저기 다락문 맞아?”

엇, 그러고 보니 저곳은 다락문이라기보다 배관의 출구에 더 가까워 보인다. 어차피 사다리가 있으니 상관은 없겠지만.

 : “그렇네. 다락문이 아니라 배관이야.”
진호  : “뭐가 됐건 상관은 없지만.”

|10.4=전에 본 것들과는 달리 이 배관은 아주 말끔했다. 아무래도 납치범들이 평소에 자주 사용한 것 같았다.

나와 진호는 배관 안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천천히 배관을 올라갔다.

 : “빛이다!”
진호  : “바깥으로 통하는 길이 이거였어?”

철컹- 끼이익...

우리는 컨테이너에 들어간 지 2시간만에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늘에서는 슬슬 해가 지려 하고 있다.

진호  : “아, 저기 우리 차가 있네. 주차장이다.”
 : “일단 컨테이너 쪽으로 다시 가 보자. 다른 출구가 있을지 찾아봐야 돼.”
진호  : “잠깐, 그 전에...”

진호가 근처에서 프라이팬을 주워 내게 내밀었다.

 : “멀쩡한 후라이팬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진호  : “후라이팬 옆에 쓰레기가 많이 있더라고. 아마 못 쓰게 돼서 버려놓은 거 같은데?”

어떡할까?

|10.5=그러고 보니 후라이팬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튼튼하다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다. 티타늄 합금이 들어가는 재질도 있으니...

 : “우리가 지금 아무 무기도 없는 상황이니까... 이거라도 챙겨가자.”
진호  : “오케이.”

우리는 프라이팬을 들고 컨테이너 근처로 다가갔다.

그런데 근처에 납치범들이 좀 많이 보인다...

내가 말했잖아, 그 고등학생들이 맞다니까!

벌써 빠져나간 것 같은데... 잠깐, 저 사람들 아냐?

진호  : “이런 젠장, 걸렸어!”

후다다다다다

거기 서라!

나와 진호는 쫓아오는 납치범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납치범들은 우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탕-

안 되겠다, 후라이팬이라도 쓰자...!

슈우욱- 팅- 팅-

일단 나는 후라이팬으로 어찌어찌 막는다고 쳐도 문제는 진호다. 저 녀석은 정말 아무 방어구도 없는데...

진호  : “히익, 바로 옆으로 지나갔어...”
 : “어디 숨을 곳 없나?”

이렇게 도망만 치다가는 분명 헤드샷을 맞고 죽을 게 분명하다. 잠깐이라도 숨을 장소가 절실했다.

진호  : “주차장이다!”
 : “저기라면...!”

마침 눈앞에 유조차와 트럭이 각각 한 대씩 주차되어 있다. 어디로 가야 하지?!

|10.6=유조차는 자칫 폭발할 가능성도 있으니 트럭으로 가는 게 낫겠지...

나는 재빨리 대형트럭의 뒤편으로 숨었고, 진호도 이윽고 내 옆으로 뛰쳐왔다.

(팅- 통- 퉁-)

다행히 트럭의 두꺼운 철판과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 덕분에 총알 세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하아, 하아... 아, 이렇게 쉬고 있을 시간 없는데...”
진호  : “헉, 헉, 헉... 프라이팬 말고 다른 방어구는 없어?”
 : “방탄조끼는 차 안에 있잖아. 어쩔 셈이야?”

자동차는 이 트럭에서 꽤 먼 곳에 주차되어 있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하,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런데 그때, 진호가 갑자기 나를 부르기 시작한다.

진호  : “야야, 너! 잠깐 나 좀 봐봐!”
 : “...어? 왜 그래?”

진호  : “이 트럭... 문이 열려 있어!”
 : “그게 뭐?”

뜨드드득... 철컥

 : “...우와!”

트럭 안에는 오토바이 헬멧이 담긴 박스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역시,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나와 진호는 매우 기뻐하며 당장 그 헬멧을 머리에 씌웠다.

진호  : “일단 머리는 보호할 수 있고, 방탄조끼만 입으면 완벽한데...”
 : “우리 차로 가야겠지?”

여기서 우리 차까지의 거리는 눈대중으로 15m 정도.

납치범들을 피해 그곳까지 무사히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10.7=그 순간 내 귀에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띵- 띵- 띵- 띵-

잠깐... 이 트럭, 시동이 걸려 있나?

나는 시선을 돌려 운전석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걸걸한 엔진 소리가 들린다. 이제 됐어!

 : “유진호, 좋은 생각이 났어.”
진호  : “뭔데 그래? 빨리 말해 봐.”
 : “이 트럭, 시동이 켜져 있어.”
진호  : “뭐?”

자, 작전은 간단하다.

시동이 켜진 트럭을 컨테이너 쪽으로 돌진시켜 납치범들의 시선을 돌린다.

그 사이 진호가 우리 차로 가서 방탄조끼를 챙기고, 나는 다시 트럭에서 뛰어내려 그 조끼를 받아낸다.

진호  : “...운전에 자신 있어?”
 : “능력이 안 되더라도 일단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잖아.”
진호  : “그럼 먼저...”

진호는 트럭 안에서 빈 박스 한 개를 꺼내더니 도로 쪽으로 힘껏 던졌다. 아마도 납치범들의 시선을 끄려는 거 같은데...

진호  : “자, 빨리 타!”

|10.8=트럭에 타자마자 곧바로 악셀을 때려 밟았다.

이 망할 놈의 납치범 새끼들, 어디 맛 좀 봐라!

(끼기기이- 부아아아앙)

트럭 안에 있던 오토바이 헬멧들이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주차장 바닥에 마구 쏟아졌다.

운이 좋게도, 그 과정에서 납치범들의 비밀 통로가 사실상 봉쇄되었다.

나는 핸들을 꺾어 컨테이너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근데 이제 어쩌지?

|10.9=내가 트럭을 모는 건 어디까지나 납치범들에게서 시선을 끌어 진호가 방탄조끼를 가져올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자, 일단 왼쪽에 있는 납치범들부터 공략해볼까...

끼이이익- 끼기기-

야, 피해! 트럭에 부딪쳐서 죽고 싶어?!

오케이. 저쪽에는 확실히 위협이 된 거 같다.

이번에는 컨테이너 쪽이다.

클러치 밟고, 기어 변속하고... 이제 밟자!

부아아아앙-

납치범  : “이쪽으로 온다! 사격, 사격!”

타당- 탕- 탕탕- 탕-

백날 쏴 봐라, 그대로 당할 것 같냐!

빵- 빠아아아앙-

끼이이이이이이익...

대피해라, 대피! 또 온다! 으아아악-

납치범들은 나의 현란한 운전 스킬에 당해 컨테이너 쪽으로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제 진호에게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다시 핸들을 꺾어 유턴했다.

쿠궁- 쿵-

아이쿠, 방향 조절을 잘못하는 바람에 컨테이너를 쳐 버렸네?

생각보다 약한 재질이었던 건지, 컨테이너가 찌그러진 모습이 사이드미러에 비쳤다.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그럴 거면 먼저 공격하질 말든가.

부아아앙- 끼기긱...

 : “유진호, 조끼 챙겼어?”
진호  : “여깄으니까 빨리 내려!”

나는 트럭에서 내려 진호에게 방탄조끼를 건네받았다.

 : “오케이. 됐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끝나지는 않았다.

납치범들이 우리가 있는 트럭 쪽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탕- 타다당- 다다다다...

|11=진호  : “어떡하지?”
 : “뭘 어떡해, 이제부턴 전면전이지!”

나는 바닥에 떨어진 오토바이 헬멧을 주워 진호에게 건네줬다.

 : “너는 헬멧, 나는 후라이팬으로 한 명씩 처치하는 걸로.”
진호  : “오케이. 가자!”

지긋지긋한 납치범과의 사투도 점점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전투가 납치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는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하자!

|11.1=탕- 탕

피슈웅- 슈이익-

나는 납치범들의 총알 세례를 피해 구석에 있던 한 명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에게 프라이팬의 참맛을 알려주었다.

데엥! 타앙!

으억! 악, 윽...

오케이. 여기까지가 1단계.

나는 쓰러진 납치범에게서 총을 뺏었다.

탄창이 가득 장전된 마취총이다. 2단계도 성공.

그럼 이제...

탕- 탕- 탕- 탕 타다다다...

나와 진호를 향해 달려오는 납치범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휴식을 선사... 아니 난사해 줄 차례다.

납치범들은 비명을 질러대며 친절히 감사인사를 건넸다.

악, 윽, 으익, 아아악!

그렇게 한참 동안 납치범들과의 교전이 이어졌다.

 

탕!

으어얽... 풀썩-


진호  : “휴, 이 정도면 대충 끝난 건가.”
 : “그런 거 같아. 빨리 신고부터...”

쿵-

윽, 갑자기 헬멧이 심하게 흔들린다.

 : “뭐지? 다 해치운 거 아니야?”
진호  : “...아, 삐–삐–! 저기 또 있어?!”

진호가 가리킨 방향에는 우리를 겨냥하는 또다른 저격수가 있었다.

5층짜리 건물 옥상... 지상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진호  : “내가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넌 빨리 가서 어떻게 좀 해 봐.”
 : “괜찮겠어?”

쿵-

으윽, 이 헬멧도 이제 내구도가 거의 다 되어 가는 느낌이다...

진호  :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11.2=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 쓰며 건물 쪽으로 뛰어갔다.

뒤를 살짝 보니 진호가 주차장 일대를 뛰어다니며 시간을 끄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옥상에 가지 않으면 진호의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

근데, 이 건물은 입구가 도대체 어디야?!

|11.3=나는 쪽문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비상문이어서 잠겨 있지 않았다.

바로 앞에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어디로 가야 하지?

|11.4=그래, 이런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나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여유는 없다.

나는 빠른 속도로 비상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 “헉... 헉... 여기 계단은 왜 이렇게 경사가 급해?!”

스크롤을 내려 비상계단을 오르자.

 

아, 저기 옥상이 보인다!

흐억, 흐아악...! 다리야, 조금만 더 힘을 내즈아악...!!

 

 : “으아... 겨우 다 왔다...”

나는 진호를 생각하며 처절하게 비상계단을 올랐다.

그러나 내 앞에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11.5=철컹- 철컹-

옥상으로 들어가는 문에 도어락이 채워져 있다.

하,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나는 저절로 다리가 풀려 버렸다.

그런데 그 순간.

국도+각목+등급 (교환법칙 5K)

이상한 말이 적힌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 같은데...

빨리 풀어보자. 기회는 한번밖에 없다.